북한 전문가들이 최근 외신 등에 보도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상태를 놓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이들은 김 위원장 신변이상설의 진위 여부를 놓고는 의견을 같이하지 못했지만, 북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하고 우리 대응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최로 열린 긴급 전문가 좌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유고설까지 도는 데 대해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모두 갈렸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개인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을 믿고 싶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출처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국가정보원이 매일 김 위원장의 건강을 비롯한 북한의 동향을 확인하고 특이동향이 있으면 정찰자산을 띄워 재확인하고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국가정보기관의 정보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김정은 유고설’에 반대했다.
유 원장은 김 위원장이 현 상황을 자신이 바라는 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김 위원장이 건강하다면 자신에 대한 관심을 최대치로 올려놓고 곧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서방 언론의 관심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 원장은 “(신변이상설 사실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령 절대 체제 상황에서 김정은이 유고 상태에 빠질 경우 누가 후계 권력을 가질지에 대한 것”이라며 △김여정 승계 △명목상 2인자인 최룡해를 거쳐 김여정 또는 김평일로 승계 △군부 집단 지도 체제 △김평일 승계 등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북한 특성상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추정에 따라 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건강이상설까지는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유고시 북한 내부 기득권 세력간 권력투쟁이 불가피하고, 대량 탈북사태나 무정부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이 우리에게 어떤 위협이 될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대비해 나가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본부장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확고하고 압도적인 대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의도에 끌려들어가지 않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과거 혈맹 정신을 바탕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상현 국회 외통위원장도 김 위원장이 오랜 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 신변이상설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판단했다. 윤 위원장은 “현재 보도되고 있는 내용이 북한 내부로 흘러 들어가면 동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적어도 일주일이나 열흘 안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와병설이 기정사실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후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정부 인사를 향해 “국정원으로부터 확실한 정보를 받았다면 그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정확하게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옳다”면서 “그래야 억측도 줄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문 정부 고위 인사들이 평양 정권 눈치나 보는 것은 누가 봐도 슬픈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