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소나무에서 나오는 꽃가루인 송화가루가 기승을 부린다. 지난 7일 오전 기상청은 송화가루 농도위험지수를 ‘높음’으로 발표했다.
송화가루는 매연 같은 미세먼지와 달리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일부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에게는 재채기, 콧물, 부종, 피부가려움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외출 시에 주의가 요구된다.
송화가루는 입자가 작아 방충망을 통과해 실내로 들어오기 때문에, 환기를 너무 자주 하는 것도 좋지 않다. 7일 SNS 등에는 “창문을 열어놨더니 송화가루 때문에 온 집안이 노랗게 됐다”는 네티즌들의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송화가루가 봄철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골칫거리만은 아니다. 다양한 쓰임새가 있어서 예로부터 식용 등으로 애용돼 왔다.
송화가루는 노랗고 연두빛이 나는 고운 가루의 형태다. 송화가루의 색에서 딴 송화색(黃色界)이라는 전통색도 있다. 적색계, 황색계, 청록색계, 자색계, 무채색계의 5가지로 크게 나뉘는 한국 전통색 체계 중에서 황색계에 해당한다.
송화색은 조선시대에는 젊은 여성층의 의복 색깔로 인기가 많았다. 인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아주 송화색이다”는 옛말도 있다.
송화가루는 향긋하고 달착지근한 솔향이 나서 조선시대 궁중음식 재료로도 쓰였다. 가루를 모아 물에 침전시켜 송진과 독을 제거한 뒤 다식(茶食)이나 면에 섞어 먹는다. 꿀물 등에 타서 먹으면 빈혈과 고혈압, 숙취, 설사 등에 다방면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요리책 ‘산가요록’(1459년)에는 송화가루를 진하게 다려 만드는 전통 명주 송화천로주(松花天露酒)의 제조법도 실려 있다. 전통주 판매기업 국순당은 이 책에 나온 제조법에 따라 2011년 송화천로주를 복원한 바 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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