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지역 제한 풀고 현금 지급해야" 정부에 요청
행안부 "지자체 분담분 있어 사용 지역 제한…해결책 고민 중"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지만, 그 사이 거주지를 옮기면서 지원금 사용처를 제한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은 3월 29일 기준으로 주소지가 있는 시·도에서 사용해야 한다.
지급 기준일 이후 시·도를 옮겨 이사한 사람들은 이전 주소지가 있는 시·도로 가야만 정부 지원금을 쓸 수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에서 부산 동래구로 이사 온 김모(55) 씨는 이달 11일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했다.
김 씨는 며칠 뒤 카드사에서 날아온 문자메시지를 보고 이전 주소지인 서울에서만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트렸다.
1인 가구인 김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서울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부산으로 내려와 지원금 사용이 당장 필요하다"며 "지원금 40만원을 사용하려면 서울까지 가야 하는 데 이는 사실상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김도경(45) 씨도 4월 초 경북에서 충북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남편과 자녀 둘까지 4인 가구인 김씨는 "막내에게 지원된 아동 돌봄 쿠폰은 이사한 지역으로 변경해서 사용 가능하다고 안내받았으나 긴급재난지원금은 지역 변경이 안 된다고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려면 왕복 8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행정안전부 콜센터에 문의하니 '이전 주소지로 가서 써야 하고 안되면 신청하지 말라'고 말해 실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맘카페, 청와대 국민청원, 정부 블로그 게시판 등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빗발친다.
한 시민은 행정안전부 공식블로그 '긴급재난지원금 Q&A' 게시판에서 "3월 29일 이후 제주에서 서울로 이사하고 전입 신고를 마쳤다"며 "코로나 때문에 제주도 가기도 조심스러운데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시민은 "이사 전 주소지가 400㎞나 떨어져 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고 멀리 가서 지원금을 쓰라는 것이 제대로 된 정책인가요"라고 항의했다.
행안부와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콜센터에서도 비슷한 문의가 이어지지만, 아직 이의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만 되풀이되고 있다.
부산 한 구청 재난지원금상황실 담당자는 "국가 재난지원금은 3월 29일 이후 타지역으로 이사를 해도 전출입 여부가 반영되지 않고, 이의신청도 안 된다"며 "해당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지원금 취지 때문인데, 아직 정부에서도 별도의 지침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일부 지자체는 정부에 사용처 기준을 변경해달라고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모든 국민이 편리하게 정부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지역 제한 기준을 폐지하고 지급 수단도 현금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원칙상 주소지 기준을 지킬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3월 29일 기준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사용해야 한다"며 "긴급재난지원금 일부를 지자체에서 분담(매칭)하고 있어 주소지 기준에 따라 지급한 지역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사에 따른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으며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