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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씨, 추징금 1005억 안내고 ‘버티기’… ‘독립몰수제’ 필요성 커져 [범죄수익 환수 '하세월']

, 범죄수익 환수 '하세월'

입력 : 2020-05-20 07:00:00 수정 : 2020-08-05 16: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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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전두환·n번방 처리 어떻게 / n번방 등 범죄로 번 돈 환수 ‘막막’ / 대부분 가상화폐로 검은 거래 / 수익 은닉 지능화… 추적 어려워 / “몰수 강제할 제도 도입 급선무” / 全, 뇌물 9515억 중 밝혀진건 2159억 뿐 / 23년 지난 현재까지 추징금 절반 미환수 / 文정부, 환수 공들여도 30조 못 돌려받아 / 특례법 불구 법률·제도적 사각지대 여전 / 범죄수익 미지정·사망·도피 땐 환수 불가
전두환

5·18 민주화운동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지만 수천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전두환씨의 추징금 납부는 여전히 요원하다. 텔레그램 ‘n번방’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의 경우처럼 기술 발달과 함께 진화하는 신종 범죄에 대해 수익금을 제때에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수익이 모두 환수되기까지는 입법부터 법원의 실제 집행까지 여러 난관이 산재해 있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1995년 12월 전씨는 군 형법상 반란죄와 내란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듬해 법원은 전씨에게 무기징역과 뇌물로 받은 2205억원에 대한 추징을 선고했다. 재임 기간 중 전씨가 조성한 비자금이나 실제로 거둬들인 뇌물은 추징금보다 훨씬 많았다.

1995년 당시 전씨의 불법자금수수 혐의를 수사한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는 “전씨가 기업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한 금액은 모두 7000억원이며, 이에 더해 성금 명목으로는 2515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증거를 통해 입증할 수 있는 불법자금은 밝혀진 뇌물 9515억원 가운데 22.7%인 2159억원에 그쳤다.

 

1997년 4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전씨의 불법자금에 대한 추징이 시작됐다. 하지만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씨는 추징금의 절반에 달하는 1005억5000만원(45.6%)을 내지 않고 있다. 이마저도 2013년 이후 검찰이 특별팀까지 꾸려 추징금 환수를 본격화해 600억원가량을 환수한 결과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전씨의 은닉 재산이 더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씨의 불법 은닉재산 추적과 환수를 주장하는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의 안창용 사무국장은 지난 18일 전씨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치동 일대 토지가 장기간 유휴지로 방치돼 있다”며 “이 땅들이 전씨의 가명·차명재산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액 미집행 추징금 30조원 달하지만 환수는 요원

 

문재인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범죄수익 환수에 공을 들였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범죄수익 환수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관련 조직도 신설됐다. 2018년 2월 대검찰청에는 범죄수익환수과, 서울중앙지검에는 범죄수익환수부가 새로 만들어졌다. 같은 해 경찰청도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의 전문가를 채용해 ‘범죄수익 추적수사팀’을 꾸렸다. 범죄수익 추적수사팀이 지난해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을 통해 보전한 금액은 702억1000만원으로 전년(212억2000만원)보다 230%가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가 받아내지 못한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에 달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5월 중순 현재 2000만원 이상의 고액 미집행 추징금은 29조1212억원 규모다. 2013년 ‘전두환 추징법’이라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돼 추징 시효가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고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불법 재산까지 추징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법률·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현행법상 범죄수익으로 지정돼 있지 않거나 범죄자의 사망·도주·해외도피·인적사항 불특정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환수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우중

대표적인 사례가 10년 이상 추징금 미납액 1위를 기록 중인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2006년 11월 회계 사기, 사기 대출, 재산 국외 도피 혐의로 징역 8년6개월과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추징금 가운데 17조8000억원, 양도소득세 등 368억7300만원, 지방세 35억1500만원도 내지 않은 채로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전씨가 내지 않은 추징금 1005억원도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씨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사후에도 추징금을 강제할 수 있는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민생당 천정배 의원 대표발의로 지난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개정안은 새로운 범죄수익이 발견되거나 친족이나 제3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임한솔 정의사회구현센터 소장은 “올해 90세인 전두환씨가 사망하면 5·18 학살죄 등의 공소권이 모두 소멸될 것”이라며 관련 법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두환씨 사후에라도 10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씨 등이 거짓된 주장을 못하도록 역사 왜곡 처벌법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범죄수익 몰수 강제할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 커져

 

검찰이 공소 제기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요건만 충족하면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는 범죄로 벌어들인 게 확실한 재산도 범인이 사망하거나 도주·심신상실·형사미성년자 등의 상태이면 기소할 수 없거나 기소가 유예돼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검찰이 본격적으로 검토한 독립몰수제가 도입되면 범죄수익 환수가 곤란했던 경우에도 기소나 유죄 판결 없이 법원 결정으로 몰수가 가능해진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와 그 일당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텔레그램 채팅방을 단계별로 운영하며 공범들로부터 20만원에서 최대 150만원의 범행자금을 받았다. 법원은 최근 조씨의 자택에서 발견된 현금 1억3000만원에 대해 추징보전을 결정했다. 추징보전은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박사방에 가담한 이들 대부분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지급한 만큼 조씨 일당이 숨겨둔 범죄수익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박사방' 운영자 '박사' 조주빈(25·가운데)과 공범 '부따' 강훈(18·왼쪽), '이기야' 이원호(19·오른쪽).

정부도 최근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신종 범죄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대책 중 하나로 이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독립몰수제를 통해 수사 착수 단계부터 처벌, 범죄수익 환수를 아울러 관련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실제 강력한 처벌과 단속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이미 범죄수익 몰수가 가능한 중대범죄 중 하나로 불법촬영 범죄가 포함됐다. 불법촬영물을 찍거나 유포해 얻는 디지털 성범죄 이익을 몰수·추징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것이다. 하지만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 1년간 성폭력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에 대해 범죄수익 몰수·추징보전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n번방 범죄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청소년뿐 아니라 일반인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하기 어려운 큰 금액이었다”며 “현행 몰수·추징의 경우 법원의 인용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효성도 떨어진다. 수사 초기단계에서 범죄이득을 몰수한다면 범행을 억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민·이우중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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