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병원 가는 것이 고민인 시대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최근 진행한 ‘코로나19 5차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 5명 중 1명꼴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병원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를 이유로 들었다. 코로나19 시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은 정부가 안고 있는 과제다. 정부는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를 구분해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 운영 등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 코로나19로부터 지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현재 국민안심병원은 전국에서 339개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2월24일 국민안심병원이 도입된 뒤 91개 병원으로 시작해 점차 늘었다. 상급종합병원 29곳, 종합병원 217곳, 병원 91곳, 한방병원 2곳이다. 호흡기 환자 진료는 32만8614건이 이뤄졌다.
국민안심병원은 호흡기 전용 외래를 분리 운영하면서 선별진료소 운영 또는 호흡기 환자 입원병동이 있는 A형과, 호흡기 외래 분리·선별진료소·호흡기 환자 입원을 모두 갖춘 B형이 있다. A, B형 공통적으로 모든 환자는 병원 진입 전 호흡기 증상 및 발열, 해외방문력을 확인한다. 호흡기 질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은 개인보호구를 착용한다.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병원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무증상으로 사전인지 하지 못했더라도 다른 환자들과 의료진에 전파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국민안심병원을 운영한 성북우리아이들병원 김민상 원장은 “내 아이가 두드러기가 났는데 호흡기 환자와 같이 있으면 불안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의료진도 안심하고, 보호자도 만족했다”고 전했다.
국민안심병원 운영 경험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새로운 감염병 대응을 위한 진료체계 마련의 자산이 되고 있다. 의료진들은 국민안심병원 시스템의 장점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성모병원 이동건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입원병동을 4개 구역으로 나눠 코로나19 확진환자, 의료진, 폐렴환자, 코로나19 확인 전 환자를 분리했다. 감염병 환자를 위한 입원병동은 코로나19가 지나가도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감염병 확산 방지에 필요한 병원 병동과 시설 및 인력 유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며 “출입자 명부 작성, 발열 체크, 방문지역 설문 등 불편할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도 “예전에는 반드시 격리해야 하는 질병이 아니면 한 병실에 입원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병실을 구분해보니 좋은 점이 많아 지속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안심병원은 입원환자 분리 등 병원 내 감염관리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호흡기전담클리닉도 추진 중이다. 우선 전국 500개소를 설치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해 1000개소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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