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GV80’의 떨림 현상이 이슈로 떠오른 데 이어 대표 세단인 ‘그랜저’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다.
‘더 뉴 그랜저 IG’의 ‘페이스리프트 2.5 가솔린’ 모델을 중심으로 도장 불량, 단차와 더불어 조립 불량 문제까지 속속 드러났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엔진오일 감소 문제로 국민청원까지 제기되는 등 현대차를 대표하는 세단이란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이슈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 품질 이슈… 4000만원 넘는 신차가 조립 불량?
최근 3개월의 긴 기다림 끝에 신형 그랜저를 출고 받은 A씨는 탈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한다.
처음 인수한 차량에서 도장 불량으로 인수를 거부했다는 그는 검수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건만 두번째로 받은 차량 역시 문제가 있었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차량은 서비스센터에서 ‘크래시패드 조립불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운전석 앞유리와 계기판 쪽 대시보드 마감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 바람에 소음을 줄여주는 내장재(스펀지)가 드러나 눈으로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A씨는 이 같은 문제에도 오래 기다리기도 했고, 당장 차를 써야 하는 사정을 감안해 앞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차량을 인수했지만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서비스센터 “고칠 방법 당분간 없다”
A씨는 지난 9일 각 지역 거점에서 상담 등의 임무를 띠고 파견된 정직원인 주재원 B씨와 통화에서 대처 방법을 전달받았다.
B씨는 “서비스센터 측에 입고해 수리를 받으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A씨는 지난 11일 휴가를 내고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관련 부서에서는 차량 실내 마감의 조립 불량으로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까지 벌어진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크래시패드 조립 불량’이란 진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A씨를 응대한 서비스센터 관리자는 사태가 심각했는지 B씨와 통화하란 엉뚱한 말을 늘어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차를 고치러 간 서비스센터에서 문제를 진단받았지만 “고쳐준다” 내지는 “고칠 수 있다”고 말한 주재원에게 공을 떠넘긴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차량도 비슷한 문제가 있으니 A씨 차도 딱히 큰 문제는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게 긔의 전언이다.
이 말에 화난 A씨는 서비스센터에 전시된 다른 차량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등 항의한 끝에 “문제다”라는 말을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고칠 방법은 당분간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듣고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다고 다시 하소연했다.
A씨는 “문제가 분명 있음에도 다른 쪽으로 떠넘기고 정상적인 다른 차량을 고객인 내가 찾아 서비스센터 관계자에게 보여줘야만 문제를 인정하는 게 너무 분하고 화가 난다”며 “대기업이 만든 차의 문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더 황당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4000만원이 넘고 출고 4일뿐이 안 된 차지만 ‘완벽한 차는 없다’는 현대의 주장처럼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무성의한 대응에 분통이 터진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아울러 “때마침 정상적인 전시차가 있어서 그랬지, 그렇지 않았다면 문제를 확인시킬 수조차 없었다”며 “현대차는 고객을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도 지적했다.
나아가 “언제가 될지 모를 수리를 기다리는 게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A씨만의 문제일까? 동일 증상도 많고 다른 결함 도
이 같은 조립 불량 문제는 비단 A씨만 겪는 건 아니다.
인터넷 그랜더 동호회 등에는 A씨처럼 조립 불량을 호소하면서 조치사항을 묻는 글이 수십개가 넘게 올라왔 있다.
증상은 차이가 있지만 앞서 A씨처럼 내장재가 드러나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문제가 해결됐다는 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차량 문제를 해결할 서비스센터에서 “당분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으니 무리도 아니다.
그랜저의 각 트림과 무관하게 ‘전방표시장치’(Head Up Display·HUD)를 옵션으로 선택하지 않는 차량에서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고 소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신형 그랜저를 둘러싼 품질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형 그랜저 IG 페이스리프트 2.5 가솔린 모델을 중심으로 엔진 오일이 감소라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현대차 서비스센터 측은 이 역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또다른 불만 사항이다.
이 역시 차주들이 운행하면서 확인한 결함으로, 차주들에 따르면 신차 출고 후 ‘FULL’(가득)이었던 엔진 오일이 약 1000㎞ 주행 후엔 반 이하로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한 차량은 ‘LOW’(최하) 게이지 이하로 확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엔진 오일 소모는 소폭 있을 수 있지만 로우 게이지로 떨어지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문제가 발생한 차주들은 엔진 봉인 후 1000㎞ 이상 주행 후 오일 감소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엔진 오일 감소 현상을 겪는 차주 C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엔진 오일 감소로 주행 중 차가 멈추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다”며 “서비스센터는 ‘괜찮으니 좀 더 타다 오라’고 하는데, 소비자 불안감을 알기나 했으면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더불어 “문제가 있다면 공론화해서 하루빨리 수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아니다’, ‘고객 잘못이다’ 등으로 문제를 떠넘기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자동차·더뉴 그랜저 결함 관련 조사 부탁드립니다’ 급기야 청원도…
앞선 확인된 문제 외에도 신형 그랜저의 각종 결함을 호소하면서 조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게재됐다.
지난 5일 게재된 이 청원은 이날 현재 1712명이 동의했으며, 이들은 현대차 측의 성의 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청원자는 “국내에서 6만대 이상 팔린 그랜저의 결함을 정리해 올린다”며 “△2.5스마트스트림 엔진의 오일 감소 문제 △C-mdps 조향장치에서 발생하는 잡소리(개구리 소리) 및 자석화 현상 △헤드라이트와 범퍼가 맞닿는 부분의 도장이 벗겨지는 문제 △자동차의 유리가 떨리면서 소리가 나는 ‘글라스런’이라는 현상 △미션 결함으로 변속 충격이 발생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조사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로부터 ‘정상이다’, ‘내부적으로 알아보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며 “제발 이 관련 내용을 조사하여 제대로 된 수리를 받아 국민이 독과점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의 횡포에서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에 제기된 품질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연구소 등 관련 부문에서 현상 및 원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확인된 결과에 따라 최대한 신속히 조치 방안을 마련해, 고객에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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