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북한군은 최전방 지역에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 대부분을 사흘 만에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대외선전매체의 대남 비난기사도 대거 삭제했다. 북한이 예고한 대남 군사도발을 일단 보류하면서 한반도 긴장도 숨 고르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예비회의에서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 회의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연 것은 김정은 집권 이래 처음이다.
이는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 간 통신선 차단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당분간 남북 간 긴장을 조절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부터 선두에서 대남 강경조치를 이끌다가 김 위원장이 직접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함으로써 긴장 국면이 일시 완화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의 보류 지시 보도 이후 북한군은 이날 오전부터 강화와 철원 평화전망대 인근 최전방 지역에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 시설도 대부분 도로 철거한 것으로 정부 소식통은 파악했다. 연일 대남 비난기사를 실으며 여론몰이를 주도한 ‘조선의 오늘’과 ‘통일의 메아리’, ‘메아리’ 등 대외 선전매체 홈페이지에도 대남 비난기사 13건이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앞서 지난 16일 군사행동계획을 작성해 당 중앙군사위의 승인을 받겠다고 했고, 이튿날에는 금강산·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와 비무장지대 민경초소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전단 살포 지원 등을 군사행동으로 예고했다.
다만 북한이 거의 준비를 마쳤다고 소개했던 대남전단 살포와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실제로 이행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군사행동 보류에도 군 당국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업무보고에 출석해 “그런 것(북한의 보류 발표)과 무관하게 확고하게 군사대비태세를 갖춰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류가 아닌 완전 철회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 국무부 마크 내퍼 한국·일본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재단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를 발표한 상황과 관련해 “외교의 문은 열려 있고 우리는 진심으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로 돌아가고 싶다는 데 대해 한국과 정말로 관점이 통일돼 있다”고 말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북한과 여전히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다룰 외교적 해결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백소용·박수찬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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