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을)의 지분헌납 발표에도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스타항공 노동조합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측의 입장차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우선 이스타항공 노조는 전날 이 의원이 발표한 지분헌납이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250억원가량의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어 이 의원의 지분헌납으로 인수합병이 성사돼도 이들이 손에 쥘 현금은 어차피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 의원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회의를 열어 제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의 가족은 이스타항공에 지분 38.6%를 넘겼고 이는 약 410억원 어치다.
노조측에 따르면 410억원에서 전환사채(CB) 200억원과 세금 70억원, 부실채권 정리 비용 110억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이스타항공에 남는 금액은 30억원 수준에 불과해 생색만 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주식을 누가 들고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결국 기자회견에선 체불임금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된 게 아니라 '이상직 구하기'와 '제주항공에 책임 돌리기'만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노조는 이 의원 일가에 대해 고소·고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은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관계자는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와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월에도 서울남부지검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를 상대로 4대 보험료 유용 및 횡령과 관련한 고소 및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다.
결국은 사재를 투입하라는 이야기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M&A를 촉구할 의지가 있다면 사재를 투입해 임금체불 등을 해결하고 차후 발생하는 지분 차익에서 이를 보전하는 게 순서”라며 “지금 상황에서의 지분 반납은 헌납이 아니라 책임을 지지 않고 빠지겠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제주항공은 역시 체불임금이 해결된 것이 아니기에 이 의원의 지분헌납을 ‘일방적인 계약 변경’으로 판단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줄곧 이스타항공 경영진 측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매각 대금으로 체불임금을 해소하는 것과 제주항공은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결 조건 이행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사실상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 업계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어 자칫하다간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스타항공 측은 최근 인수대금 110억원을 깎아주겠다고 제주항공에 제시해 협의 과정에 따라 150억∼200억원의 자금이 생겨 제주항공에 이득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이스타항공 측은 전날 “제주항공과의 M&A 진행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 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금명간 인수에 대한 확실한 의사 표명을 해주길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제주항공에 전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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