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영국사(안병억, 페이퍼로드, 18000원)=영국은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지난 1월 31일 유럽연합에서 돌연 탈퇴해 버렸다. 3수 끝에 이룬 통합이었지만 소속감이 유달리 낮았고, 급기야 탈퇴의 길을 선택하기에 이른 것.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였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유럽에 속하면서도 그 소속감은 낮았다. 유럽 역사와 끊임없이 관련해 왔지만 정작 유럽과 선을 긋는 일이 많았다. 영국인이 유럽과의 차별성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영국은 왕조의 부침은 겪었을지언정 1000년이 넘도록 타국에 점령당한 적이 없는 본토에 대한 역사적 자긍심이 유별나다. 전 세계를 아우르던 대영제국의 찬란함은 이들에게 민족이 아닌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형성케 했다. 카이사르의 브리튼 침공부터 브렉시트와 코로나19가 등장한 오늘날까지 영국 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룬다.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제이슨 W. 무어, 김효진, 2만7000원)=부와 권력, 자연을 통합한 시선으로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책이다. 저자는 금융·기후·식량·일자리 등 주요 위기의 공통된 원인은 저렴한 자연을 이용하고 조직하는 자본주의에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과 식량, 에너지, 원료를 싸게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자본주의의 최대 강점으로 꼽은 저자는 자연 속 인류라는 변증법을 통해 독자들이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중국 발전과 변화! 건국 70년을 읽다(박범종 공봉진 김태욱 박미정 이강인 서선영 장지혜 조윤경, 경진출판, 1만7000원)=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역사를 살펴보고, 사회·경제통상·외교 등에서의 변화와 발전을 정리한 책이다. 책은 우선 건국 전에 열린 주요 회의와 건국 후 국가 기반 구축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한다. 이어 시민사회, 도시화, 중국영화의 변화, 경제발전 등을 다룬다. 또 미·중 관계의 변화를 들여다보고, 건국 이후 주요 지도자들의 정책과 이론을 정리한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정재승, 어크로스, 1만6800원)=2001년 출간 당시 분야를 넘나드는 통합적 지식과 사유를 보여주며 과학계의 반응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네트워크 이론, 프랙털 패턴 등 최신 복잡계 과학을 일상의 언어로 친근하고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책은 ‘과학 콘서트’ 신드롬을 일으키며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등 각종 추천 목록에 선정되고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대표적인 과학 교양서로 자리매김했다. 출간 20년을 맞이하여 출간된 개정증보 2판이다.
대격변(애덤 투즈, 조행복, 아카넷, 3만3000원)=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분석한 ‘붕괴’로 주목을 받은 저자가 그에 앞서 출간한 책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 대공황에 이르는 세계 질서의 재편 과정을 다룬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당시 영국의 군수장관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Deluge)’에 빗대어 다가올 대격변을 예견했다. 저자의 말대로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의 정권 장악에 이어 독일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러시아제국의 왕가 몰락과 베르사유 협정, 유럽과 중동에서 국민국가의 탄생, 동유럽의 혁명과 반혁명, 러시아의 내전과 기근,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등 세계 각국의 정세는 숨 쉴 틈도 없이 요동쳤다. 대격변은 새로운 세계 질서로 대체되지 못한 채 대공황에 휩쓸려 파국으로 이어진다.
세계시민주의 전통(마사 누스바움, 강동혁, 뿌리와이파리, 1만8000원)=그리스와 로마의 스토아주의 철학자들부터 17세기의 휴고 그로티우스, 18세기 애덤 스미스를 거쳐 현대의 국제 인권 운동가들에 이르기까지 세계시민주의의 철학적 전통을 탐구한다. 책에 따르면 서구 사상에서 세계시민주의 정치의 전통은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세계시민”이라고 대답했던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로부터 시작됐다. 그리스와 로마의 스토아주의자들은 세계시민의 이미지를 훨씬 더 완전하게 발전시켜 세네카가 말한 ‘태어난 공동체가 아니라 진정으로 위대하며 진정으로 공유되는 공동체, 어느 한구석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태양에 비춰 국경을 측량하는 인간적 포부의 공동체’가 우리의 도덕적·사회적 의무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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