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이하 홍콩보안법)이 지난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시위 현장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경찰에 돌진한 시위자가 첫 적용 대상이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현지시간) 홍콩 경찰이 지난 1일 도심에서 벌어진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현장’에서 경찰을 공격한 23세 남성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완차이 시위 현장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란 문구가 새겨진 깃발을 오토바이에 꽂고 경찰을 향해 돌진한 혐의로 붙잡혔다. 그에게는 국가 분열 선동 및 테러리즘 혐의가 적용됐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 및 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1일 시위 현장에서만 370명이 체포됐으며, 이 가운데 남녀 포함 10명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지난해부터 시위대가 외쳐온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문구가 ‘홍콩 독립과 국가 분열을 주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법을 어기지 말라고 시민들에게 경고했다.
홍콩 경찰 역시 시민들이 식당 벽에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써서 붙인 노란색 ‘포스트잇’도 홍콩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홍콩에서 노란색은 시위대를 상징한다.
사우케이완 지역의 한 식당 주인은 전날 경찰 4명이 찾아와 “식당 내 포스트잇 내용이 홍콩보안법 위반이라는 신고를 받고 왔다”라며 “추가 신고가 들어오면 법 집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를 지지해 이른바 ‘노란식당’으로 불려온 많은 식당들은 홍콩 경찰의 경고에 속속 포스트잇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 해외 망명 네이선 로 “국제전선 매우 중요… 홍콩보안법이 노리는 게 그것”
홍콩보안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 네이선 로(26)는 “정부가 아무리 위협적이어도 나는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내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는 3일(현지시간)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적으로 알려진 공인이 국제적인 지지를 모으는 데 나서야 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슈아 웡과 함께 2014년 홍콩의 우산혁명을 이끈 민주화 운동의 대표적 지도자로 알려진 그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에 화상으로 출석해 증언한 뒤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홍콩을 떠났다.
그는 같은 날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에 언제 되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홍콩을 위해 떠난다”라며 “지난해 이후 언론의 자유가 계속 악화했지만, 정치활동가들이 망명을 고려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운동가들을 버리고 떠났다’는 지적에 관해선 “그렇지 않다. 홍콩을 위해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 발언할 사람의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있어서 국제전선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해 이후 중국 정부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전 세계적 경향이 생겼는데 이는 우리의 저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 보안법은 특히 국제적 노력을 짓밟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꼬집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