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감사원장의 감사위원 제청권에 관해선 ‘침묵’
최근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 인선을 둘러싸고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가 29일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재형 감사원장한테 특정 인물의 임명을 제청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반응이다. 헌법상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 절차를 거치게 돼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대통령의 ‘임명’만 강조하는 건 무리한 헌법 해석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9일 공석인 감사위원 인선 과정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는 것에 대해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최 감사원장이 특정 인사에 대한 제청 요청을 받고도 ‘친정부 성향’이라는 이유로 제청을 거부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최 감사원장에게 ‘문 대통령 의중에 있는 인물을 제청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의중에 있는 인물은 다름아닌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다. 이날 한 언론은 최 원장이 청와대로부터 공석인 감사위원 자리에 김 전 차관을 제청해달라는 요청을 두 차례 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의 제청을 요청한 것은 사실인가’라는 물음에 “인사에 관련한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현행 헌법 98조 3항은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감사원장이 먼저 적임자를 골라 대통령한테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임명할지 말지 결정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먼저 특정 인물을 골라 감사원에 ‘이 사람을 제청하시오’ 하고 요구했다가 탈이 난 것이 현 상황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최 원장이 지나치게 ‘원칙’에 집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가령 행정부 국무위원(장관) 임명도 국무총리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하게 돼 있지만 역대 국무총리 중 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한 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 대통령이 내정한 인물 명단을 그냥 받아 적어 다시 올리는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후보자 시절인 2017년 5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청권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총리가 하라는 대로 (대통령이) 하는 것이 제청권이라면 헌법 근거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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