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의 일부 정치인들, 그리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 인사들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를 강력히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수사심의위 제도를 도입한 것이 현 정권이고 이들 시민단체들이 열렬히 환영하고 지지했던 제도가 바로 수사심의위 제도다.
그랬던 이들이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수사심의위를 맹비난하고 있다.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한 지 50여일이 지났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검찰의 어정쩡한 태도도 문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제도다. 2018년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총 8번의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있었고 검찰은 모두 그 결정을 수용했다. 그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합병·승계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결정했다. 그동안의 검찰 태도에 비추어볼 때 당연히 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검찰이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를 의식하는 듯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용을 미루다 보니 불필요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있기까지는 참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들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15명의 위원으로 현안위원회가 개최된다. 이 현안위원회에서 기소 여부 등에 대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사건도 자영업자, 대학원생 등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심의하도록 요청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변호사·회계사·교수 등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철저한 검토와 협의를 거쳐 위원 13명 중 10명이 이 부회장 사건의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의 고강도 수사에도 검찰이 내놓은 증거만으로는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수사심위 위원들의 판단이었다.
2016년 말부터 시작된 삼성의 사법리스크는 우리 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선정 발표한 ‘3대 중점 육성 산업’인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에 대한 민간 투자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 경제발전에 삼성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삼성은 또다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법리스크의 터널에 갇힐 수밖에 없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지난 3년간 이 부회장의 법적 문제로 회사는 거의 마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보도를 할 정도다. 법적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삼성을 봐주라는 것도 아니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결정된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 그리고 검찰은 누워서 침 뱉는 우를 범하지 말고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조속히 수용하기 바란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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