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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스웨덴, 일·가정 양립 지원… 워킹맘·라떼파파 ‘육아협업' [연중기획 -인구절벽 뛰어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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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3 14:00:00 수정 : 2020-09-13 11: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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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고출산국, 어떻게 저출산 극복했나
출산율 쇼크 후 ‘공공보육' 정책
양성평등 문화·제도 정착 큰 몫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와 스웨덴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우리나라보다 두 배 정도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프랑스는 1.84명, 스웨덴은 1.7명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반면 한국은 0.92명에 그쳤다. 최근 5년 추이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주요 국가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는데, 프랑스와 스웨덴의 하락률은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고출산 국가들은 ‘저출산과의 전쟁’에서 어떻게 선방할 수 있었을까. 이들 국가는 현금성 지원,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성평등 정책과 문화, 전반적인 사회보장제도 등 저출산 대응정책을 종합적으로 잘 시행하고 있다. 여성은 노동시장에, 남성은 육아에 참여하는 변화된 사회 분위기 정착을 위해 제도·문화적으로 힘쓴 결과 선순환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일회성 장려금을 주거나 복지 혜택을 늘리는 등 단편적 정책만으로는 출산율 제고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출산·육아 부담 확실히 덜어준 정부

유럽 고출산국들의 출산율 안정화에는 정부 정책의 기여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저출산 개선을 위한 정부 지원은 크게 가족정책과 사회보장제도로 나눌 수 있다.

가족정책이란 가족에 대한 금전 지원, 출산 및 육아 관련 휴가, 보육서비스 제공 등을 포함한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출산과 양육을 국가 책임으로 보는 사회적 합의가 비교적 빨리 형성되면서 전 세계 가족정책을 선도했다고 평가받는다. 스웨덴은 임산부 보호조치와 법정휴가제 도입 등을 1937년에 시작했고, 프랑스는 영유아 수당과 양육 부모 수당을 1985, 1986년 각각 신설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간한 ‘유럽 주요국의 출산율 안정화 정책 평가 및 시사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의 출산율 수준은 장기적으로 가족 관련 정부지출과 상관관계가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윤정 연구위원은 “프랑스와 스웨덴 정부가 가족에 대해 지출하는 금액은 국내총생산(GDP)에서 3%가 넘는다”며 “가족에 대한 사회보장 수준이 높은 국가들이라 자녀 양육에 있어 직면하게 되는 불확실성을 낮춰준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현금 지원과 세제혜택, 보육·교육서비스 지원, 출산 이후 고용지원 모두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육아정책연구소 박은정 부연구위원은 프랑스의 가족정책에 대해 “세계대전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경험한 이후 1930년대부터 출산 장려정책을 도입,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꾸준히 발달시켜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1993년 출산율이 1.73명까지 떨어졌다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게 된 것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의 영향이 크다.

프랑스 아동수당은 자녀가 늘수록 혜택이 크게 증가한다. 자녀가 3명이 되면 셋째 아이에게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무상일 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 세금 감면과 공공요금, 기차요금 할인 등이 주어진다. 또한 정부가 가사도우미에 대한 지출을 보조하고, 7세 미만 영유아 보육비에 대한 지출 비용의 50%를 1인당 2300유로 한도에서 환급한다.

스웨덴은 정부 차원에서 영유아 보육 서비스와 취학 자녀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는 교육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육아정책연구소 최윤경 연구위원은 “지난 30여년간 공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해 온 스웨덴에는 양질의 영유아 교육 서비스(ECEC: 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가 있다”며 “높은 수준의 공적 인프라와 예산 비중, 구체적인 정책 실행은 지방 분권 형태로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 지원과 서비스 지원이 균형을 이루고, 보편적 지원 체계 내에서도 취약계층과 다자녀, 취업여부 등 가족 특성을 고려한 차등 지원을 보강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라떼파파와 워킹맘의 협업 효과

1974년 서구 사회에서 처음으로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한 스웨덴은 성평등한 사회 분위기를 바탕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안정적 출산율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로 평가된다. 스웨덴의 사례는 ‘남성 생계 부양형’ 모델에서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출산율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 연구위원은 스웨덴의 저출산 대응에 대해 “출산 장려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양성평등에 기초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지지하고 부모의 균등한 육아 참여를 정책적으로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남녀 모두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맞벌이 가구 모형에 기반해 74%에 이르는 높은 여성 취업률을 달성했고, 육아 지원의 제도화 및 아동친화적 환경도 조성해냈다는 설명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마리아광장에서 한 남성이 유모차를 끌면서 아이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세 차례의 대대적인 개혁을 하며 다듬은 스웨덴의 육아휴직 시스템은 단연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출산율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모두 높인 것은 물론 일과 삶의 균형까지 달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1995년 도입된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는 육아휴직을 여성만 사용하는 것이란 인식을 깨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는 조치로 주목받았다. 육아휴직 할당 기간은 점점 늘어나 현재는 남녀가 각각 240일씩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90일은 남성만 사용 가능하고 미사용 시 소멸되기 때문에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인센티브가 크다고 평가된다.

육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역시 높게 형성되었다고 알려진 프랑스의 경우 ‘남성 육아참여 문화’가 잘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아이의 등교를 돕는 아빠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부부간 공평한 가사와 육아 분담을 위해 서로 다른 근무시간을 활용하는 등 일·가정 양립을 실질적으로 이뤄낸 결과다. 엄마가 아침 일찍 출근하면 아빠는 아이의 등교를 돕고 출근하고, 일찍 퇴근한 엄마는 아이를 집에 데려오는 식이다. 부모의 공동 육아로 각자의 직장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은 프랑스가 유럽연합(EU) 최고 출산율을 기록하게 한 버팀목으로 분석된다.

유럽 각국의 출산율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 ‘아기를 둘러싼 협상(Bargaining over Babies)’에서 매티아스 돕케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경제학)와 파비안 킨더만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교수(경제학)는 “유럽에서 출산율이 낮은 국가들의 공통점은 남성의 육아 분담 비율이 낮아 결과적으로 여성이 육아를 전담한다는 것”이라며 “출산율이 높은 국가는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유럽 선진국 중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독일의 경우 남성 생계 부양형 모델을 지속하다가 최근에야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박 부연구위원은 “2000년대 들어서자 독일 정부는 전통적 성별 역할 분리와 가족 내 돌봄을 강조하는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려 했다”며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성평등한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는 스웨덴 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면 정부가 추가 재정 지원을 해 주는 ‘파트너십 보너스 제도’ 등이 그러한 예로, 남성의 돌봄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다.

◆미혼부모, 이민자 등 다양한 가정 포용

결혼 제도에 속하지 않은 이들에게 관대한 정책 또한 유럽 고출산 국가의 특징이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시민연대협약, 동거법 등을 통해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가 있는 경우 가족수당 등을 수령할 수 있고, 한부모가정에 대한 양육 지원정책도 잘 갖추고 있다.

이민자 및 다문화 가정을 수용하는 것은 저출산이 야기하는 인구 절벽 문제에 대안이 되기도 한다. 신 연구위원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이 출산율이 낮은 편임에도 저출산을 크게 문제시하지 않는 것은 난민을 수용하는 등 이민자 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라며 “동유럽 등 주변 국가에서 젊고 우수한 노동력이 많이 유입돼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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