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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화재’로 중상 입은 초등생 형제, 11일만에 둘 다 눈떴다

입력 : 2020-09-26 08:00:00 수정 : 2020-09-26 18: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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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형은 부르면 반응… 8살 동생은 아직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 외벽이 지난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는 모습. 인천=연합뉴스

인천의 한 가정집에서 보호자가 없는 사이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불이 나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가 사고 발생 11일만에 둘 다 눈을 뜬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0살 형은 의료진이나 가족의 말에 반응을 보이는 등 다소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나, 8살 동생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크게 다친 초등생 형제 중 형 A(10)군이 이날 사고 후 처음으로 눈을 떴다. A군은 전신 40%에 3도 화상을 입고 서울의 모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아이는 의료진이나 가족이 이름을 부르면 눈을 깜박이는 등 반응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형보다 먼저 눈을 뜬 동생 B(8)군은 아직 이름을 불러도 전혀 반응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B군은 다리에 1도 화상을 입었으나 유독가스를 많이 마셔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형제는 여전히 자가 호흡이 힘든 상태여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형제 모두 말을 하진 못해 완전히 의식을 찾았다고 보긴 힘들다”며 “그나마 형은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A군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쯤 인천 미추홀구의 한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일어난 화재로 중상을 입었다. 발견 당시 A군은 안방 침대 위의 아동용 텐트 안에서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고, B군은 침대와 맞붙은 책상 아래 웅크리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형 A군이 동생 B군을 책상 아래 좁은 공간으로 몸을 피하게 하고, 자신은 화재로 인한 연기를 피해 텐트 속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동생이 피한 책상 아래엔 이불이 둘러싸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방 관계자는 “형이 마지막 순간까지 동생을 구하려고 방어벽을 친 것 같다”고 했다.

 

이들 형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의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던 중 엄마가 외출한 사이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 형제와 엄마 C(30)씨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매달 수급비와 자활 근로비 등 160만원가량을 지원받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사고 전날부터 지인을 만나느라 집을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아이들을 방치하고, 첫째인 A군을 때리는 등 학대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A군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뒤 이들을 돕겠다는 후원 문의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형제를 돕는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은 이들 형제에 대한 후원·기부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며, 지난 20일까지 모금액만 5100만원에 이른다고 알렸다. 소방서 등 공공기관들도 잇따라 지원 의사를 밝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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