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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광고 믿고 투자해도… 금융사고 땐 빅테크 책임 없어 [첫발 뗀 금융소비자 보호]

입력 : 2020-10-14 02:00:00 수정 : 2020-10-13 2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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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화려한 빅테크에 가려진 금융소비자
토스 앱 등 통해 펀드·보험 쉽게 가입
금융사들, 빅테크와 제휴로 상품 판매
‘중개 행위’ 아닌 ‘광고 행위’로 규정돼
소비자, 일 터지면 구제책 없어 막막

지난 7월 중고차 관련 대출상품을 주로 취급하던 개인 간(P2P) 금융업체 넥펀이 돌연 영업을 중단했다. 알고 보니 넥펀은 신규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돌려막기’식 영업을 하고 있었고 넥펀 대표는 결국 법정 구속됐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 투자자들은 “거대 플랫폼을 믿고 가입했는데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넥펀은 네이버페이와 SSG페이를 통해 상품 광고를 진행했는데, 일부 투자자들은 ‘플랫폼을 신뢰해 금융상품에 가입했으니 플랫폼 기업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핀테크·빅테크(이하 빅테크)의 금융 부문 진출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젠 일상 속에서 카카오페이, 토스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P2P 상품, 펀드, 보험에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금융사들이 빅테크(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다 금융시장에 진출한 기업)와 제휴를 맺어 자사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엔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미래에셋대우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네이버통장’을 출시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빅테크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금융사와 빅테크가 제휴를 맺어 금융상품을 판매하다 보면 넥펀의 사례처럼 불법행위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투자자들의 말처럼 금융상품을 광고한 빅테크에도 판매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현재 정부는 빅테크가 금융상품을 판매하거나 광고할 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빅테크가 금융회사 상품을 광고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일정한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런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금융소비자 보호는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빅테크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광고에 책임을 지우는 것을 ‘엄청난 변화’라고 부연하며 추후 제도 개선 과정서 가이드라인이 정확히 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는 플랫폼 신뢰하는데… 금융상품 광고에 대한 책임 없는 빅테크

13일 금융위 관계자는 “(빅테크의 금융상품) 광고에 대해서도 일정한 책임, 즉 걸맞은 책임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빅테크가 플랫폼을 이용해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홍보하는 것은 중개 행위가 아닌 광고 행위로 규정돼 사고가 터졌을 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당국이 광고에 대해서도 빅테크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우겠다고 나선 것은 빅테크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서다. 현재 금융업에 진출한 대표적 빅테크는 카카오와 네이버인데, 두 기업 모두 메신저 플랫폼, 검색 플랫폼으로 국내에서 공고한 지위를 쌓은 상태다. 빅테크에 대한 신뢰도가 소비자의 금융상품 투자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지난해 12월부터 P2P 투자를 접하게 된 장모(39·여)씨는 카카오라는 기업을 믿고 P2P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말 친한 언니가 카카오에 소액투자라는 게 있는데 괜찮다고 알려줬다”며 “정확히 뭔지는 몰랐지만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믿고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민섭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빅테크가 추천해주는 거면 한 번 더 확인하고 올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가진다”며 “계약 당사자인 금융사를 신뢰하는 것에 빅테크에 대한 신뢰가 포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이 광고에 책임을 부과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빅테크와 금융사의 협업을 광고나 중개로 딱 잘라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빅테크가 금융사로부터 광고를 받아 자사 플랫폼에 게재할 때 빅테크가 특정 문구를 삽입하거나 순서를 조정하는 일이 발생하면 이를 단순 광고로 볼지 중개로 볼지 애매해진다. 윤 연구위원은 “네이버나 카카오가 하는 행위가 법률상 중개인지, 추천에 해당하는 건지, 단순 광고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보호 강화되겠지만… 빅테크 불만은 넘어야 할 과제

빅테크에 책임이 지워지면 금융소비자 보호는 현재보다 강화될 수밖에 없다. 빅테크가 광고를 집행할 때 최소한의 심사나 확인 작업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투자자들이 금융상품을 광고한 빅테크에 항의하더라도 빅테크는 ‘광고를 해준 것뿐이라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해왔다.

전문가들은 추후 제도 개선 과정에서 빅테크의 책임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금융소비자학)는 “제일 중요한 건 (빅테크) 영업행위 규율을 만들 때 구체적인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나 전자금융회사의 책임 범위를 규율하는 부분 등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빅테크가 정부의 이런 안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광고에 책임을 지우는 작업은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데다 빅테크 입장에서는 정부 규제가 과하다고 생각할 개연성이 크다. 광고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건 비유하자면 버스 외벽에 광고한 금융상품에 하자가 생겼을 때 버스회사가 책임을 진다는 뜻과 같다.

최철 숙명여대 교수(소비자경제학)는 “단지 광고를 실어준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긴 어려울 것 같다”며 “상품을 제조한 금융사가 아닌 플랫폼을 신뢰해 (금융상품에) 가입한다는 게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광고 플랫폼에 어느 정도의 의무를 부과하는 건 광고를 권유에 가깝게 보겠다는 이야기로 (법적으로) 상당히 큰 변화”라며 “빅테크는 자신들이 광고 내용에 대해 심사 등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고 하며 반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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