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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금에 부가세, OECD 국가 중 사실상 한국뿐 [‘金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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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0 06:00:00 수정 : 2020-10-19 23: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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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도 과세하지만 되팔 때 부가세 환급
대부분 국가 ‘보석·순금’ 과세체계 구분
정부 ‘불량금’ 단속… 산업 육성책도 필요

국내 금시장의 기형적 구조는 세금체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금(24K) 제품의 유통 경로에 매번 부가가치세 10%가 붙는 구조 아래서는 ‘뒷금’ 거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순금은 돈(재화)이나 마찬가지다. 종로에서는 도·소매 간 비용을 금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국제적으로도 순금은 안전자산으로, 어느 국가에서나 현금화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오가는 과정에 부가세를 물리는 독특한 구조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19일 금 업계 등에 따르면 많은 나라에서 보석류(주얼리)와 재화로 통용되는 순금 제품(골드바 등)에 대한 과세가 구분돼 있다. 금이 가지고 있는 화폐의 속성과 상품의 속성을 별도로 분류한다는 뜻이다.

한 금 거래 관계자는 “종로에서 순금은 돈과 똑같이 사용되는데, 여기에 부가세를 물리면 5만원짜리 돈을 5만5000원을 주고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런 구조에서 뒷금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골드바처럼 화폐적 기능을 하는 금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일본의 경우 골드바를 팔 때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부가세를 비과세하거나 환급할 수 있다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세제 개편과 함께 금 산업 육성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얼리 브랜드가 없는 것도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서 출발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뒷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제 개편과 귀금속 보석 산업 육성이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순도 관리도 절실하다. 순금 제품 10개 중 6∼7개가 함량 미달인 ‘불량금’이라는 사실은 당국의 금관리 실태의 부실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제품에 순금을 뜻하는 각인(99.9, 99.5, 24K)이 찍힌 채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것도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관계 당국이 외면하는 사이 기형적 시장구조가 고착화했다는 지적이다.

차삼준 세무사는 “금 관련 세제 개편을 못 하는 이유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귀금속 산업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행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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