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대한 심각한 범죄행위
‘탈원전’ 근본적 재검토 불가피
정권 목표에 맞춘 ‘조작’ 없어야
지난 20일 월성 1호기 관련 감사원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그 핵심 내용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관련 경제성 분석이 사실상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분석에서 핵심적으로 고려되는 원전 판매비용이나 이용률 등이 축소되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이 정부의 탈원전정책과 발맞추기 위해 일종의 꿰맞추기식의 분석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차례의 경제성 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전력판매단가(kWh당)는 약 63원에서 52원으로 낮추었고 원전이용률은 85%에서 60%로 감소시켜 경제성 평가분석이 이뤄졌다. 그뿐만 아니라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가 아닌 계속 가동에 따른 경제효과도 3472억원에서 244억원으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놀라운 점은 원전이용률은 낮게 책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판매단가를 계산하는 과정에서는 높은 원전이용률을 가정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중적이고 상충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언뜻 보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월성 1호기의 원전이용률은 60%로 하향 전망하는 반면에 판매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60%보다 더 높은 원전이용률을 가정하여 계산했다. 그 이유는 원자력발전의 경우 원전이용률이 높을수록 판매단가가 낮아지는 구조인데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낮게 책정되기 위해서는 원전이용률과 판매단가 모두 낮게 조작해야 한다.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원전이용률은 낮춘 반면 판매단가 계산을 위해 사용되는 원전이용률은 예측한 것보다 더 높은 수치를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감사결과는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도 큰 충격이다. 특히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탈원전정책 및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대한 포부를 밝히며 월성 1호기 역시 가급적 빠르게 폐쇄하겠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후폭풍은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 물론 그들이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라는 결과를 도출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철저한 반성과 함께 향후 올바른 에너지 정책을 위해서 정확한 경제성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후속 조치를 즉시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관련자들의 책임회피나 눈치보기식의 대응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이런 식이면 정책적 실패를 딛고 새롭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목적에 따라 경제성 평가가 왜곡되고 부당한 비용편익분석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미 정부가 탈원전을 선포할 때부터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여러 제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속전속결로 추진되어 왔다는 점에서도 정책담당자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특히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이라는 미명 아래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을 무리하게 늘린 것은 한국전력에 재정적으로 막대한 부담을 안기고 있으며 이는 결국 전기요금을 급등시키고 수출 경쟁력을 약화하는 악영향을 유발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감사보고서는 적당히 넘길 일이 아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 장관은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는 단순히 경제성뿐만 아니라 원전의 안전성, 주민수용성 및 환경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성을 낮추려고 수치를 조작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국민들에 대한 일종의 범죄행위이다. 검찰수사를 통해서라도 책임소재는 향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현재로서는 정책담당자들이 감사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탈원전 기조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경제성이나 안전성 등이 확보된 원전의 경우 가동을 연장하거나 신규 건설하는 방향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탈원전 등 정권의 목표에 맞춰서 주요 내용이 조작되는 것은 앞으로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인 것이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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