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청구인인 윤성여(53)씨는 잘못된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20여년 했음에도 마음속에 ‘용서’라는 말을 품고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윤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사건의 마지막 공판기일(11월19일)에 그와 나눴던 대화를 공유하며, 윤씨를 존경한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박 변호사가 공유한 윤씨와의 대화는 아래와 같다.
“당시 수사경찰 중 이 법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 심○○ 형사 등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은 어떤가요.” (변호인)
“용서해드리고 싶습니다.” (윤성여)
“용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찰들의 잘못된 수사로 20년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데.” (변호인)
“제가 아무리 20년 옥살이를 했다 하더라도 성경에는 용서라는 단어가 항상 나옵니다. 그 용서에는 만 번이고 백만 번이고 용서를 다 해주라고 합니다.” (윤성여)
이에 박 변호사는 “지금 우리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고 가는 권력자들만큼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혹독한 운명을 바탕에 깔고 있는 깨달음이 ‘용서’를 말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윤성여 선생님’이라는 호칭도 썼다.
아울러 얇은 옷이 겨울 추위를 있는 그대로 깨닫게 하듯, 고생해 본 사람의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과 각성은 정직하고 아름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그동안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데 ‘재심’을 많이 이용했다고 반성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허무(虛無)’라는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이제는 제가 왜 살아가는지를 알 것 같다는 그 배움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 같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박 변호사는 글과 함께 영상 한 편을 첨부했다.
그가 공유한 영상은 오는 17일 진행되는 선고에 맞춰 방송될 KBS 다큐멘터리의 예고편 형식을 띤다.
영상에는 출소 후 윤씨의 자립을 도운 나호견 수녀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영상에서 나호견 수녀도 ‘난 너를 존경한다’고 윤씨를 말한다.
억울한 옥살이에도 잘못한 이를 용서하겠다던 윤씨의 모습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깨달음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호견 수녀는 윤씨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했다.
“수녀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살인자라고 해요. 그런데 수녀님 한 분만 내가 살인자가 아니란 걸 믿어주시면 저는 소원이 없겠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19일에 열린 이 사건의 재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이 이춘재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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