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가운데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까지 이를 처리하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매코널 원내대표는 ‘탄핵에 찬성 표를 던질 것’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아직 찬성할지, 반대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미 언론은 하지만 “탄핵 결정 여부에 대한 유보 입장마저도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매코널이 찬성 표를 던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낸 성명에서 “규칙과 절차, 전례를 감안할 때 다음 주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 (상원이) 결론 낼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 세 차례 상원의 탄핵심리가 진행됐는데 각각 83일, 37일, 21일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곧바로 상원으로 넘겨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 최종 결론을 내자고 요구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원 절차가 이번 주 시작돼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도 최종 평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일) 퇴임할 때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것은 내가 한 결정이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조차도 1월 20일이 상원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이른 시점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공화당 의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언론의 추측 보도가 넘쳐나지만 나는 내가 어떻게 투표할지에 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CNN방송 등 미 언론은 매코널의 측근들을 인용해 “매코널 원내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한 불법을 저질렀다고 믿고 있다”며 탄핵 찬성에 투표할 가능성이 50%를 상회한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매코널 원내대표가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했다는 점에 비춰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조차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을 진두지휘하는 의회 내 일인자인 매코널 원내대표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설 경우 공화당 다수 상원의원이 가세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코널 원내대표의 성명에 대해 실제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무언의 압박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나는 (탄핵에 대한) 법적 논쟁이 상원에 제시되면 이에 귀를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의 탄핵 가결 직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폭력시위를 당장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그는 의회 폭력 사태를 규탄하면서도 자신의 탄핵 가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을 전후로 추가 폭력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정보당국과 언론의 우려와 관련해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하나가 될 때”라고 뒤늦게 통합을 촉구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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