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임은정, 중앙지검 검사 겸임
수사 권한 줘 檢개혁 속도 낼 듯
22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는 공석을 충원하는 최소한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요구한 주요 사건 수사팀의 부장검사들이 유임됐다. 정권에 부담스러운 검사들을 솎아내는 ‘핀셋 인사’도 나타나지 않았다. ‘패싱 인사’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사태를 부른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동안 윤 총장과 검찰 조직에 비판적이었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내고 수사 권한을 부여한 게 눈에 띈다.
고검검사급 검사(차장·부장검사) 18명의 전보 인사는 지난해 8월 인사에서 고검검사급 585명 인사와 비교하면 아주 단출하다. 법무부는 “인사 규모와 구체적인 보직에 관해 대검과 충분히 소통했다”면서 윤 총장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 의혹 수사 담당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담당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이 유임되며 수사를 이어가게 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갈등’으로 교체가 거론된 서울중앙지검 변필건 형사1부장도 그대로 남았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의혹 수사 담당 이동언 형사5부장,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담당 권상대 공공수사2부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용퇴를 건의했던 2·3·4차장검사와 공보관 등 간부진도 모두 자리를 지켰다. 이 지검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중앙지검 1차장에는 나병훈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윤 총장 징계 사태 때 사의를 표한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의 후임이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정권에서 부담스러운 검사들을 한직으로 내보내는 ‘핀셋 인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부산고검 차장으로, 다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낸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날 검찰인사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조남관 대검 차장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요 사건의 수사팀과 대검, 중앙지검 보직 부장들의 현 상태 유지 및 임의적인 ‘핀셋 인사’는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힌 것도 윤 총장의 의중이 실린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인사에선 친정부 성향인 임은정 부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난 게 주목을 끌었다. 임 부장검사는 당초 대검 감찰2과장 자리가 점쳐졌지만 검찰 인사 갈등 속에 유임됐다. 법무부는 대신 ‘겸임 발령 카드’로 임 부장검사가 검사 비위 관련 감찰을 하면서 수사도 개시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줬다. 임 부장검사도 평소 수사 권한이 없어 제대로 된 감찰 업무를 할 수 없다고 주변에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임 부장검사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과 수사 지휘부에 대한 감찰과 수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범계 법무장관한테 임 부장검사 인사를 두고 “결국 한 전 총리 위증교사 사건 (수사 담당자를 상대로 한) 감찰과 기소를 위해 인사발령을 낸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박 장관은 “임 검사 본인이 수사권을 갖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 검사가 검사로서의 기본적인 양식, 보편성, 그리고 균형 감각을 잃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박 장관은 김 의원이 “대검 연구관이 수사권을 갖길 희망하면 그냥 다 수사권한을 주느냐”고 묻자 “다 그런 게 아니고 이번 겸임 발령은 법에 근거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신 민정수석의 사의 사태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최소한의 인사는 드물다”며 “신 수석 사태 이후에 박 장관이나 윤 총장에게 모두 불똥이 튀지 않게 하면서 약간 불을 끄는 인사 같다”고 평가했다.
김선영·배민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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