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명의 미국인 여전히 실업 상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 진로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연준이 제로 금리 정책을 통해 지속해서 미국 경제 성장을 촉진해 나갈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상원 금융위 청문회 증언을 통해 미국의 실업률이 4% 이하로 떨어지는 완전 고용에 이르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도달할 때까지는 연준이 기준 금리를 현행대로 0∼0.25%로 유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또 연준이 추가적인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국채와 기관의 담보채권 매입을 현재 속도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통화 유동성 공급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월가 일각의 전망을 일축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조 9000억 달러(약 2100조 원) 규모의 ‘슈퍼’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과열되거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가 제기됐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연준이 금리를 올려 경기를 진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연준이 지난 11개월 동안 유지해온 초저금리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코로나19 환자 숫자가 줄어들고, 백신 접종이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가 올해 말께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제기한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동의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 회복이 여전히 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고, 향후 경제 진로가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가계 상품 소비, 부동산, 기업 투자, 제조업 생산 분야에서 긍정적인 지표가 나타나고 있으나 가계의 서비스 지출과 노동시장 개선 속도를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여전히 실업 상태로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날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약 10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그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우리의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실질적인 추가 진전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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