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황제 생일 파티’ 논란에 휩싸인 뒤, ‘직원을 쫓아내는 게 공직자의 본분이냐’던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해명을 받아친 공무원 추정 누리꾼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 누리꾼은 논란에서 벗어날 기회가 조 시장에게 수차례 있었다며, “너무나 죄송하다”고 시민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도 남겼다.
지난 24일 직장인 전용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공무원라운지에는 ‘남양주시장 생일파티에 대한 공무원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자신의 직장을 인증해야 사용할 수 있으며, 해당 제목의 글이 올라온 게시판은 공무원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주시청에서 늘 있었던 일이라 놀라지 않았다’는 말로 미뤄 남양주시청 근무자로 추정되는 A씨는 “저를 경악하게 한 건 시장의 변명이었다”며 “당신에게는 여섯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직격했다.
앞서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3일 남양주시청의 5개 부서가 사흘간 돌아가며 조 시장의 생일파티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자괴감이 든 일부 직원의 이야기를 음성대독으로 전한 뒤, 내부에서는 충성 경쟁 얘기도 나온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보도가 나온 후, 조 시장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저는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있어서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제 생일에 관심 갖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직원들이 축하해 준다고 찾아온 걸 화내고 쫓아내야 공직자의 본분이냐”면서 “죄가 있다면 제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라고 MBC 보도에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에 A씨는 “첫 번째 생일파티가 열렸을 때, ‘부담스러우니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었다”며 “이때 당신의 충성스러운 과장들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두 번째 생일파티 때는 ‘이런 파티는 준비하지 말라, 더욱이 지금은 업무시간이 아니냐’고 할 수 있었다면서, 세 번째 생일파티에서는 “‘왜 이러냐’고 화를 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실 문을 닫고 돌려보내야 했다’며 ‘주말에 직원을 온라인으로 동원해 생일노래를 부르게 한 부서장을 꾸짖어야 했다’고 다른 파티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A씨는 “본인의 자리가 요구하는 윤리가 무엇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게 참으로 비통하고 참담하고 끔찍하고, 허탈하며 부끄럽다”며 이번 일에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도가 악의적이라던 조 시장 반응에는 “우리 시의 상황을 빙산의 일각만큼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슬프다”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당신의 태도가 서글프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파티를 연 부서장들도 언급하며 “제대로 된 어른이라면, 부끄러움을 아는 어른이라면,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자진해서 본인에게 어울리는 자리로 찾아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A씨는 “부서장의 부당한 지시에 응한 점을 사죄한다”며 “공무원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딸이라 그 알량한 월급이 자식의 밥그릇이고 어버이의 병원비일 수 있다는 점 조금만 헤아려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요즘처럼 통장에 찍히는 월급이 부끄러운 적이 없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나의 월급이 저질영상이나 찍고, 이따위 용비어천가나 부르며 방청객보다 열정적으로 친 박수세례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니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시민 여러분, 부끄럽지만 저희를 도와달라”며 “남양주시 행정조직이 더 이상 썩어 들어가지 않게 그 맑고 총명한 눈빛으로 똑똑히 바라봐 달라”고 호소했다.
보도가 나간 후, 남양주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조 시장을 향한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중 한 누리꾼은 “시장이 되어 아부하는 공무원들이 해주는 생일잔치를 즐기고 있느냐”며 “시장은 대우받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다”라고 일갈했다.
25일 MBC에 따르면 남양주시는 내부 감사에 착수했으며, 내년부터는 시장 생일파티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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