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분된 여권 표심 흡수 폭 관심 쏠려
친문·비문 아닌 독자적 행보 가능성
이재명 정치 이슈 피하고 민생 행보
이낙연 “죽더라도 文대통령 지킬 것”
정세균 국무총리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권 내 대선주자 지형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말 임기누수현상) 등 여권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정 총리가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로 나뉜 여권 표심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14일 조사해 15일 발표한 ‘진보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결과 이 지사 33%, 이 전 대표 11%, 정 총리 4% 순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가 굳건한 ‘1강’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이지만 적합한 후보가 ‘없다’ 또는 ‘모름·무응답’ 비율도 44%로 높게 나타나 향후 이들의 향방에 따라 잠룡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여권은 정 총리가 사퇴 이후 가장 처음 내놓는 메시지에 이목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친문(친문재인)·비문(비문재인)도 아닌 독자적인 행보를 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당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에 구애해야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매주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마당에 ‘정권 지킴이’로 나서기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범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동시에 당내에서도 ‘SK계’(정세균계)로 불리며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정부 계승보다는 중도층을 공략해 미래지향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로 대권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 독자노선 관측엔 정 총리의 적극적인 구애가 없어도 친문 표심을 어느 정도 흡수할 것이라는 정치공학적 분석도 깔려 있다. 현재 친문 표심이 갈 곳을 잃었다는 계산이다. 재보선 참패로 이 전 대표의 재기 가능성이 불투명해졌고, ‘친문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정 총리 외 ‘친문 적자’ 후보를 내세우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또 반문(반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이 지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 총리에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결국 이재명 대 정세균의 1대1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총리 측근은 이날 통화에서 “정 총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확정되는 5·2 전당대회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격화하고 있는 당내 노선 갈등과 거리를 두기 위함이다.
이날 코로나19 자가격리를 마친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당이 반성과 쇄신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다시 받는 일에 모든 힘을 보태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선거 패배 책임론의 한가운데 서 있는 만큼, 이 전 대표가 당분간 여의도와 거리를 두고 차기 대선 관련 정국 구상에 몰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이낙연계 의원들과 모처에서 만나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을 지키고 가겠다”며 일각에서 위기 타개용으로 거론된 문 대통령과 차별화엔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부터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한 이 지사는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피하고 민생 밀착형 정책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1월과 지난달 여의도에서 정책협의회와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시리즈’(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를 강조한 데 이어, 오는 20일에도 ‘경기도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 토론회’ 참석을 예고하며 여의도로의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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