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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재임 시절 한국에서는 ‘반기문 마케팅’이 봇물을 이뤘다. 2017년 2월 그가 대선 출마를 포기할 때까지 그를 미화한 50여권의 책이 우후죽순처럼 출간됐고, 그의 이름과 사진을 이용한 행사·이벤트가 끊이지 않았다. 유엔이 반 전 총장의 이름을 활용한 상술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자제해줄 것을 공식 요청할 정도였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충북 음성과 충주의 마케팅이 유별났다. 음성군은 그의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세웠다. 또 ‘반기문 마라톤 대회’ ‘반기문 백일장’을 열었고, 각종 농특산물 포장지에 ‘반기문’이라고 새겼다. 반 전 총장의 이름을 앞세운 각종 홍보물이나 사업이 30여 가지에 달했다. 충주시도 그가 학창 시절을 보낸 집을 복원했고, 유엔 평화공원과 ‘반기문 꿈 자람 길’이란 도로도 조성했다. ‘거목 반기문’이라는 노래까지 등장했다. 오죽했으면 음성을 둘러본 외신 기자가 북한이 연상된다고 꼬집었을까.

요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부각되자 ‘윤석열 마케팅’이 극성이다. 우선 그와 관련한 책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전 동의도 없이 만들어져 윤 전 총장이 불편해한다고 했다. 책 ‘윤석열의 진심’은 충암고 동창이 썼는데, 두 사람은 1979년 고교 졸업 후 만난 적이 없었다. 40여년 만인 지난해 9월 만나 식사하며 2시간 반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갑자기 필자에게서 “책을 내겠다”고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책 ‘구수한 윤석열’은 윤 전 총장의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들이 그와의 학창 생활에 대한 기억을 담았다. 이 책은 윤 전 총장 유년·청년기의 사소한 일화까지 다루며 그를 지나치게 포장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 책들의 출간을 극력 만류했다고 한다.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브리핑을 해주겠다” “이미지 컨설팅을 해주겠다”는 제안도 쏟아진다는 전언이다. 윤 전 총장 측은 “현재 윤 전 총장을 거명한 외부의 각종 움직임은 본인의 뜻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무분별한 ‘대권주자 마케팅’은 윤 전 총장의 이미지에 먹칠만 할 것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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