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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떨어진 지름 3㎝ 표적까지 정확히 맞혀 [한국의 무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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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2 13:00:00 수정 : 2021-05-02 08: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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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육군 신무기 ⑥ K-14 저격 소총
사거리 800~1000m… 2013년부터 전력화
볼트액션 방식 작동, 소음기 장착도 가능

저격수의 소총 망원조준경에 ‘표적’이 잡혔다. 무전기로 누군가와 교신을 하는 ‘표적’에 대해 지휘관의 사격명령이 내려지고 저격수는 천천히 방아쇠를 당긴다. ‘표적’이 쓰러지자 놀란 적군들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저격수는 이처럼 총탄 한 발로 전장의 판도를 바꾼다. 전쟁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의 주인공 바실리 자이체프는 1942년 소련군 저격수로서 242명을 사살,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의 기세를 꺾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라크·아프간 전쟁은 저격수의 역할이 더욱 중시된 계기였다. 소련산 드라구노프 저격소총으로 무장한 이슬람 반군의 저격이 잇따랐다. 미군은 저격수 외에도 보병분대에 ‘지정 사수’를 배치, 멀리 떨어진 적군을 공격하며 대응했다. 저격수의 규모와 전투 범위가 늘어난 셈이다.

한국군도 특수전부대를 중심으로 미국·유럽산 저격소총으로 무장한 저격수를 운용했다. 하지만 국산 저격소총으로 무장한 저격수를 늘려 군의 전투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저격소총 국산화가 추진됐다. 그 결과물이 K-14 저격소총이다.

SNT모티브가 개발해 2013년부터 전력화가 이뤄진 K-14는 볼트액션(반자동) 방식으로 작동하며 800~1000m 떨어진 적을 공격한다. 정밀도는 100m 거리에서 지름 3㎝ 크기의 표적을 맞힐 수 있을 정도다. 탄약은 일반 탄환에 비해 정확도가 높은 특수 탄약을 쓴다.

K-14에는 저격수의 생존성과 편의성 증진을 위한 기술이 적용됐다. 야간 사격 과정에서 화염에 의한 위치 노출을 막고자 화염을 낮췄다. 사격 직후 총열이 빨리 식을 수 있도록 외부 표면을 늘렸고 소음기도 장착이 가능하다. 저격에 필요한 장비를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는 피카티니 레일도 적용됐다. 개인적 특성에 맞게 방아쇠 압력을 조정하거나 개머리판 견착부의 길이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저격수에게 사격정보와 표적 동향을 알려주는 관측수가 쓸 관측경도 국산화해 일선 부대에 보급된 상태다. 저격용 관측경은 고성능 주간 망원경과 열상 카메라, 레이저 거리 측정기로 구성된 전자광학 종합 관측장비다.

주간 망원경은 1.5∼2.5㎞ 밖에 있는 사람을 인지할 수 있으며, 야간에도 열상 카메라를 통해 최대 1.5㎞ 거리의 사람을 식별한다. 안개가 낀 날씨에서도 열상 관측이 가능하다. 야간에 달빛이나 별빛 등 미세한 광선을 흡수해 영상을 밝게 보이도록 하는 미광증폭 기술이 적용돼 일반 야간조준경보다 더 빠르게 표적을 탐지할 수 있다.

관측경의 고정밀 레이저는 2∼4㎞ 이상 떨어진 상황에서도 거리를 정확히 측정한다. 창문에 빛이 반사돼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유리창 뒤에 있는 표적도 관측한다.

K-14 소총과 관측경은 현재 특수전부대를 넘어 일반 보병부대까지 보급이 완료됐다. 방위사업청은 국내 실적을 토대로 해외 수출 확대와 성능개량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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