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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신 가뭄으로 1차 접종 일시 중단할 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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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3 23:03:35 수정 : 2021-05-03 23: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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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가뭄이 현실화됐다. 현재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재고는 각각 53만회분, 34만회분에 불과하다. 이 물량은 길어야 일주일이면 바닥난다. 화이자 에 이어 AZ 백신도 조만간 1차 접종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정부가 4월까지 3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탈이 난 것이다. 상반기 중 1200만명 접종, 11월까지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정부 목표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1차 접종자는 약 340만명이다. 이달 중 도입 예정인 화이자 백신 175만회분이 들어오더라도 최소 3주 이상 1차 접종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선 156만여명에게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해야 하고 AZ 백신 추가 물량도 이달 중순부터 2차 접종에 투입된다. 상반기 목표를 채우려면 6월에 800여만명에게 1차 접종을 해야 한다. 들쑥날쑥한 물량 공급이나 접종속도에 비춰보면 어림없는 일이다. 백신 불안도 가실 줄 모른다. 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 접종이 시작된 지 6일 만에 경찰 2명이 AZ 백신 접종 후 신체 마비 증세를 보였다. 방역 당국은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접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이상 반응신고도 1만4000건을 넘어섰고 80명 이상 숨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인식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상반기 1200만명 접종 목표를 1300만명으로 상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백신 주권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며 “내년에는 우리 기업이 개발한 국산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정부가 5개 업체에 고작 500억원을 지원해 놓고 백신 자주권을 거론하니 민망할 지경이다. 열흘 전에는 “수급 불안보다는 가지고 있는 백신을 적시에 속도감 있게 접종을 못 하는 것이 문제”라고도 했다. 이러니 좀체 신뢰가 가지 않는다.

방역당국은 이달 중 AZ 백신 물량이 애초보다 더 많이 들어올 것이라며 2분기 접종계획을 다시 변경했다. 시기별 도입 물량이 불분명해 변경안이 제대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홍남기 총리 직무대행은 “접종은 방역당국이 계획한 범주·일정에 준거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백신 조기 도입 실패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수급 실상까지 호도하는 것 아닌가. 이제라도 방역 당국은 백신 확보가 늦어진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물량 조기 확보에 국가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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