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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문턱 낮췄지만… 개미들 “아직도 기울어진 운동장”

입력 : 2021-05-04 18:25:10 수정 : 2021-05-04 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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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상환 기간 60일 제한
외인·기관들은 사실상 제약 없어
담보율도 달라 형평성 논란 확산

“개인 공매도 허용하면 뭐 합니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서울에 사는 회사원 정모(35)씨는 지난 3일 증권계좌를 확인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정씨가 투자한 종목 중 가장 비중이 큰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10위의 바이오업체 ‘셀트리온’이 공매도 표적이 되며 3일에만 1만6500원(6.20%) 하락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3일 주식 시장에서 710억원으로 공매도가 가장 많이 이뤄진 종목이다. 정씨는 “국내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하고, 유럽 시장 승인도 받았다고 해서 다른 종목들을 정리하고 큰돈을 넣었다. 그런데 공매도 재개 전부터 슬금슬금 빠지더니 공매도 재개 첫날 크게 흘러내리더라. ‘개미’는 결국 외국인이나 기관을 이길 수 없는 건가 싶어 무력감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금지됐던 공매도가 1년 2개월 만에 부활했다. 그간 외국인이나 기관의 전유물이었던 공매도 투자를 개인 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쌈짓돈을 모아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누굴 위한 공매도 재개냐’며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첫날인 지난 3일 개인 투자자들의 코스피·코스닥 평균 공매도 거래 비중과 합산 거래대금은 1.7%와 181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84.35%와 9558억원으로 나타나며 전체 공매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비중은 재개 직전엔 62.05%로, 공매도 재개 후 비중이 커진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공매도를 재개하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개인 대주 제도 개편으로 대주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6곳에서 16곳으로 늘었고, 연말까지 28곳으로 늘어난다. 재원도 205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공매도 재개 이틀째인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공매도 모니터링센터에서 직원들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 상환기간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공매도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에서 빌려 공매도한 주식을 60일 안에 상환해야 한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사실상 상환기간 제약이 없어 주가 하락을 마냥 기다렸다가 주가 하락 때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담보비율도 개인과 외국인, 기관 간의 차이가 크다. 개인들은 공매도를 위해 140%의 현금 혹은 주식 자산을 보유해야 하지만, 기관은 105%만 있으면 된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기관과 외국인도 개인 투자자들과 똑같은 룰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개인투자자 권익 보호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공매도 거래와 관련해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의무상환 기간을 개인과 동일한 60일로 적용하고, 담보비율도 140% 수준을 맞추라”고 주장하는 등 11가지 사항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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