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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최우선 덕목은 정치 중립… 대통령과 담 쌓아야” [前 총장이 김오수 후보자에 전하는 메시지]

입력 : 2021-05-04 18:22:43 수정 : 2021-05-04 21: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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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권자의 의중만 쫓아가면
국민·검찰 신뢰와 거리 멀어져”
“정권 겨냥수사 땐 원칙 더 중요”
정치 중립·수사 독립성 화두로
한변 “중립성과 멀어” 지명 반대
金후보자 “조직 안정 최우선 할 것”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4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정치적 중립 의무만 지키면 검찰 조직도 안정되고 여론의 지지도 받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 해결된다. 대통령과는 담을 쌓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A 전 검찰총장)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후보자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명되자 법조계에서는 그의 최우선 과제로 ‘정치적 편향성’이라는 꼬리표 극복을 들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마다 임기 말 임명된 검찰총장은 무사히 임기를 마친 전례가 없어 ‘독이 든 성배’로도 불린다. 김 후보자가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지키면서 성공한 전례를 만들지 주목된다.

 

A 전 검찰총장은 4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문재인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검찰 조직 안정,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유일한 길은 김 후보자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는 것”이라며 “총장이 법과 양심에 따라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면 모든 검사가 승복하고 따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A 전 총장은 친정권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 후보자에게 “법과 원칙을 벗어나서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쫓아가면 대통령의 신임을 받을지 몰라도 국민과 검찰의 신뢰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권을 겨냥한 수사일수록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5개 정권의 임기말 검찰총장 5명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김태정(김영삼정부)·김각영(김대중정부)·임채진(노무현정부)·한상대(이명박정부)·김수남(박근혜정부) 전 총장 모두 정권교체 과정에서 스스로 그만두거나 무리한 수사에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김영삼 정권 당시 대선을 앞두고 터진 ‘DJ비자금’ 사건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 뒤 김대중 정권에서 재신임을 받은 김태정 전 총장은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했지만 ‘옷로비 사건’에 휘말려 곧 낙마했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전 총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재신임을 받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검찰의 과잉 수사 논란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사진=연합뉴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임기 말 검찰총장의 직무를 두고 “검찰을 방패로 삼고 싶은 권력의 원심력과 법과 원칙에 따라 총장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구심력 사이의 줄타기”라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고검의 인사청문회준비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면 무엇보다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조직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에 대해서는 “열심히 살펴보겠다. 당연한 이야기”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보수 성향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중립성과 정반대의 인물”이라며 총장 지명을 반대했다. 한변은 김 후보자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입건돼 서면 조사를 받은 것을 지적하며 “정권의 호위무사로서 각종 정권의 불법에 연루돼 있고 현재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사람이 검찰 수장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은 이날 “김 후보자는 이해충돌 사건에 대해서는 향후 총장으로 취임하면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정확하게 회피할 것”이라며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관련한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검이 이날 반부패를 통해 전국 주요 검찰청에 현안 사건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준비단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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