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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침대에 노인 묶은 요양원 업무정지 과하다… 이유는?

입력 : 2021-06-06 10:55:25 수정 : 2021-06-07 09: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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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학대 사건이 발생한 직후 필요한 조치를 하고 평소 학대 예방을 위해 노력해 온 요양원 시설장에게 학대의 전적인 책임을 물어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광주지법 제2행정부는 6일 노인전문요양원 운영자 A씨가 전남 무안군수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주문을 통해 “무안군수가 A씨에게 한 6개월의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이 요양원 요양보호사는 지난해 6월 90대 치매 환자의 오른팔을 감싼 뒤 억제대로 침대 난간과 팔을 고정시켰다. 요양보호사는 ‘환자가 약 복용을 거부하며 몸부림을 쳐 낙상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억제대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장 A씨는 요양보호사를 퇴직 처리한 뒤 이 같은 학대 행위를 보호자와 전남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신체적 학대로 판정했고, 무안군수는 지난해 10월15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요양원 관리·감독 체계와 정도, 사건에 대한 A씨의 즉각적인 대응, 억제대 사용은 요양보호사의 일탈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에게 사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소속 요양보호사들에게 노인 학대 예방 교육 수료를 독려해왔다. 실제 이 사건 학대를 한 보호사도 교육(억제대 사용 관련 내용 포함)을 받았다. A씨는 평소 입소 노인의 활동을 제재하거나 신체를 구속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미리 보호자에게 그 사유를 알리고 서면 동의서를 받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사건 발생을 보고받은 직후 환자 상태 확인·근무일지 기록, 기관 신고 등 필요한 조치를 즉각 취했다. 전문기관 또한 ‘시설이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했고 업무상 주의 감독 의무를 지켜온 점, 억제대 사용의 방법이나 지속시간을 고려할 때 위법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으로 미뤄 가장 중한 처분인 6개월의 업무정지처분을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광주=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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