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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잊혀진 국외소재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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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24 23:30:19 수정 : 2021-06-24 23: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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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스페인이 상원 도서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선왕국전도’를 보여준 것은 각별했다. “아주 소중한 자료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사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았을 거라 믿는다. 서양인이 제작한 가장 오래된 이 지도는 1730년대 독도가 조선의 영역임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에게야 상식이나 일본이 자기들 거라고 주장하고 있질 않나. 그것을 보여준 스페인의 진짜 속내야 따져봐야겠으나 ‘독도는 한국영토’임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 같아 든든했다. 소식이 전해지고 일본 정부에서 “지도에 그려진 섬은 독도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발끈했다고 하니 꽤 뜨끔하긴 했던 모양이다.

과거의 유산인 문화재는 자신의 현재적 가치, 의미를 이렇게 극적으로 드러내곤 한다. 관건은 어떻게 활용해 우리의 역사를 알리고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것일 터다. 국외소재문화재는 그것을 소장국 혹은 소장기관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강구열 문화체육부 차장

예전에 국외소재문화재는 우리가 직접 생산한 것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2019년 “외국에 소재하는 문화재로서 대한민국과 역사적·문화적으로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법률적 정의가 바뀌었다. 스페인의 조선왕국전도처럼 외국인이 만들었다고 해도 한국과 관련이 있으면 포함시켜 폭을 넓힌 것이다.

국외소재문화재의 모든 이야기는 실태조사에서 시작한다. 우선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라 소장처, 수량, 형태, 제작 연대 등 가장 기초적인 정보를 해외 현지에서 직접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그것이 가치, 의미를 밝히는 것으로 확장된다. 조선왕국전도의 존재가 각인되고, 그것이 ‘다케시마는 없다’는 걸 밝히는 중요한 자료임을 알게 된 이번 사례처럼 말이다.

평소 국외소재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 해외에 있는 걸 되가져오는 환수 정도에 한정되다시피 한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힘없고 가난하던 시절 약탈당하고, 불법적으로 유출된 문화재가 많아서 그렇다. 이런 경향이 과해서 국외소재문화재라고 하면 덮어놓고 약탈문화재로 간주하고 무조건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마저도 지속적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중요한 사실은 환수 역시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전제되어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하고, 그것의 가치와 유출 과정을 정확히 밝혀야 효율적인 환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담컨대 당신이 아는 모든 국외소재문화재 관련 이슈의 시작은 실태조사다.

그러나 실태조사를 위한 인력, 재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확인된 국외소재문화재는 19만3136점(21개국 610개 소장처)이다. 이 중 9만193점(13개국 146개 소장처, 46.7%)에 대해 실태조사를 했다.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아 이 숫자에 포함되지도 않은 것들이 많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소장처·소장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수많은 국외소재문화재들이 사실상 사장되고 있다는 게 너무 아깝다.

 

강구열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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