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제주 관광객 21% 증가
해외여행 막히자 골프·신혼여행 몰려
골프장 손님 38%↑… 렌터카 요금 급등
보복소비 확산 젊은 ‘호캉스’족도 늘어
단체관광 관련 업소 폐업 속출
“보험료도 못내” 전세버스 번호판 반납
중국인 상대 카지노·면세점 ‘강제휴업’
“백신 접종자 등 방역 완화 조치를” 호소

제주에서 관광버스 50여대를 운영하는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해 2월부터 1년 넘게 매출이 없다”며 “연간 차량 보험료 1억5000만원이라도 줄이려고 1대만 남기고 모두 번호판을 떼 휴지(休止) 신청을 했다”고 토로했다. 번호판을 반납하고 휴지 신청을 하면 휴지 기간만큼 보험료가 환급되고 환경개선부담금도 줄여주기 때문이다.
A씨는 “내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단체 관광 예약은 뚝 끊긴 상태”라며 “그나마 지난 4월 이후 골프관광객 4인씩 2, 3팀 정도 겨우 예약을 받아 45인승 버스 1대를 굴리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버스 운전기사 B씨는 “기사 대부분이 운전대를 놓고 대리운전을 하거나 건설 현장을 전전하고 있지만 50∼60대가 많아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라고 하소연했다.

◆단체관광객 끊기면서 고사 상태 놓인 전세버스 업계
코로나19 이후 단체여행과 행사 등이 끊기면서 전세버스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지역 전세버스 1800대 중 80%가량이 운행을 멈췄다.
28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26일 기준 533만여명이다. 지난해보다 20.9% 늘었지만 가족·친구·연인 등 개별관광 중심이어서 ‘이문’이 많이 남는 수학여행 등 단체관광 예약은 끊긴 상태다.
지역 상공인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 방역지침을 완화해 단체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 4명 이하로 모객이 된 여러 팀의 관광객이 같은 전세버스를 이용하지만, 식사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지침에 따라 4명씩 다른 식당을 이용하도록 해 패키지 여행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업체들 어려움이 크다”고 고충을 전했다. 여행사와 중소형 숙박업소도 단체 패키지 관광 예약이 끊기면서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그나마 업계는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하는 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에 기대를 걸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제주도의 경우 사적모임을 6명까지 허용하는 2주 동안의 이행기간을 둔다.
지난해 2월 정부가 제주지역 무사증 입국 제도를 중단하면서 외국인 관광시장은 초토화됐다.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만1370명으로 지난해보다 88.4%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지 2년째로 접어들면서 중국인 단체관광을 주로 전담했던 여행·전세버스·숙박 업계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여행사 대표 B씨는 “중국인이 한 해 300만명이나 제주를 방문했지만, 지금은 발길이 뚝 끊겼다”며 “무사증 입국 중단 해제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면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주 외국인 전용 카지노 8곳 중 5곳이 휴업 중이다. 시내면세점은 중국 ‘따이궁’(代工·보따리상) 매출이 대부분으로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이용객 수, 매출이 모두 줄었다.

◆국내여행객 몰리면서 골프장·렌터카는 최대 호황 누려
반면,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제주로 골프·신혼 여행객이 몰리면서 골프장과 렌터카, 특급호텔은 호황이다. 골프장과 렌터카는 요금 고공행진에도 예약이 힘들 정도다. 올 1∼4월 제주지역 30개 골프장 내장객은 76만5648명으로, 지난해(55만3656명)보다 38.3% 늘었다. 골프관광객은 107.3% 증가했지만, 도민은 8.2% 줄었다. 상당수 골프장이 도민 할인 혜택을 없애면서 도내 이용객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 외 지역 국내 골프장들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골프장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군 골프장 등을 제외한 전국 골프장의 이용객 수는 4673만명(골프 인구 추산 514만명)으로 1년 전보다 12.1% 늘었다.
골프장 이용객이 늘면서 골프장 수익률도 대폭 개선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국내 골프장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골프장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고치인 31.6%(2011년 15.4%, 2016년 12.6%)였다.

특히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은 40.4%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상장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5%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중제 골프장은 평균 대비 8배 가까운 수익을 챙긴 셈이다.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회원 할인 혜택을 주는 회원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은 18.1%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제주지역 골프장 관계자는 “십수년간 적자에 허덕이다가 코로나19 특수로 처음 영업이익을 냈다”며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거품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대면 개별 여행객이 늘면서 렌터카 업계도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올여름(7∼8월) 성수기 예약률은 80% 이상이다. 렌터카 대여요금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C씨는 제주도 홈페이지 관광불편민원을 통해 “올 3월만 해도 하루에 2만~3만원이던 경차 대여료가 4월이 되니 평균 8만~10만원으로 5배 뛰었다”며 “지난해 적자를 메우려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렌터카 업계는 “비수기 때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최저가를 받다 보니 상대적으로 할인폭이 줄어든 성수기 요금이 더욱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관광·백신인증제 인프라 갖춰야 관광산업 조기 정상화”
제주 호텔업계도 부쩍 늘어난 국내 관광객들로 웃음을 짓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호텔 관계자는 “신혼여행객뿐 아니라 최근 20∼30대 젊은 층 호캉스(호텔+바캉스)족들이 부쩍 눈에 띈다”고 전했다. 그는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쌓인 보복소비 욕구가 아직 ‘하늘길’이 풀리지 않은 탓에 국내에서 럭셔리 소비를 하는 쪽으로 쏟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전보다 더 비싸고 고급스러운 ‘호캉스’나 호텔 미식을 즐기는 데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회 정책입법담당관실은 ‘최근 제주경제 현황과 지속성장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최근 내국인 관광시장이 회복하고 있지만 경기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부분 패키지 관광상품 개발, 야외·체험형 활동을 선호하는 관광객 기호 변화에 맞춰 관광지 혼잡도 실시간 분석시스템, 인터넷 사전예약제 등 스마트 관광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며 “관광산업 조기 정상화를 위해 백신 인증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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