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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에 끝내 발목 잡힌 김경수… 정치생명 끊어지나

입력 : 2021-07-22 06:00:00 수정 : 2021-07-22 07: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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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모 인정… 징역 2년 확정

신변정리 후 3∼4일내 재수감
복역 후 피선거권도 5년간 박탈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 판결
金 “진실 바뀔수 없어”… 靑은 침묵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법원 선고일인 21일 경남도청으로 출근, 취재진 질문을 들은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킹크랩’(매크로 자동입력 프로그램)이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발목을 잡았다. 대법원이 김 지사의 19대 대선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인정하면서 징역 2년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김 지사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경남지사직과 피선거권을 잃게 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과정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원심대로 무죄가 확정됐다. 2017년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검찰 수사 의뢰 후 4년4개월 만에 난 확정 판결이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 등과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과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킹크랩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기소됐다. 김씨 측에 댓글 조작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았다.

대법원은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순위조작 범행에 관하여 공동가공의 의사가 존재하고,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므로 공모 공동정범으로서 범행에 가담했다고 봐 유죄로 인정한다”고 원심 확정 이유를 밝혔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허익범 특검이 법정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유죄 확정에 따라 대검찰청이 창원지검에 형 집행을 촉탁하면서 김 지사는 3∼4일 내 수감될 예정이다. 김 지사는 1심 선고 직후부터 항소심 보석 때까지 구속된 77일을 제외한 잔여형기를 복역해야 한다. 이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사면을 받지 않는 이상 차차기 21대 대선도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김 지사는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 “판결에 따라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감당하겠다”면서도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를 부득이하게 여기서 멈춘다 해도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를 기소한 허익범 특별검사는 “공정한 선거를 치르라는 경종”이라고 평가했다.

야권은 댓글 조작 수혜자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누구보다도 민주당과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이라며 “허위 가짜뉴스로 선거 결과를 뒤집었는지 입장을 밝히고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과 경쟁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대통령 추종자들이 당시 후보였던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저질렀던 흉악무도한 범죄에 대해 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金, 킹크랩 시연 참관이 결정타

 

대법원마저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복심’이자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여겨지던 김경수 지사가 정치생명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고발로 시작된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김 지사와 여권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이다.

 

침통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판결로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상실하고, 앞으로 7년 동안 대통령·국회의원 등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 창원=뉴스1

◆“경공모서 킹크랩 시연 참관 증명됐다”

 

이번 댓글 조작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댓글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였다. 김 지사 측은 이를 입증할 직접증거가 전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드루킹’ 김동원씨의 보고자료·프로그램 시연 기록 등을 토대로 유죄로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김 지사 측은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김씨와의 공모관계를 부정해왔다. 김씨가 ‘선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 킹크랩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삭제되지 않고 남아있는 두 사람 간 대화 기록이나 김씨 측 내부 보고자료에는 김씨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에 대해 보고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

 

김씨 측의 일본 오사카영사직 제안이 무산되면서 김씨가 김 지사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기록에도 킹크랩 관련 내용은 없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내부 회원들과 공유한 보고자료에 킹크랩 관련 내용이 포함된 점을 들어 김씨가 김 지사에게 이 자료를 보고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허익범 특별검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김 지사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행사에 두 번째로 참석한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김씨의 진술도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지만, 재판부는 당시 댓글조작 시연 스마트폰의 로그 기록을 토대로 김 지사가 참관한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공모 사무실에서 킹크랩 시제품 시연을 참관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며 “킹크랩 시연을 본 이상 피고인의 묵인 아래 그런 일(댓글 조작)이 벌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고, 민주 사회에서는 공정한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해 이를 조작한 행위를 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 오해, 이유 모순, 이유 불비(판결 이유 결여됨) 또는 판단 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 김 지사와 김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반전 거듭하며 댓글 조작 사건으로 비화

 

이번 사건은 2018년 1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정부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추진할 때 일부 세력이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매크로 댓글 조작’을 했다는 의혹에서 불거졌다. 이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당시 민주당과 추미애 대표는 서울지방경찰청에 해당 의혹을 고발했다. 이후 경찰 수사과정에서 ‘드루킹’이 드러났고, 이들이 김 지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나오면서 여권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갔다.

 

허익범 특별검사는 “이 사건은 특정인에 대한 처벌의 의미보다는 정치인이 사조직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조작 방식으로 선거운동에 관여한 행위에 대한 단죄”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상고심의 주심을 맡은 이동원(58·사법연수원 17기) 대법관은 소신 발언을 이어와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린다. 이 대법관은 2018년 8월 김명수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됐다. 보수성향으로 분류된 그는 진보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대법원 재판에서 여러 차례 소수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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