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에서 중학생 A(16)군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2명이 구속됐다. 다만 신상공개는 일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돼 불발됐다.
제주지법 김연경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과의 관계가 틀어지자 그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B(48)씨와 C(46)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경찰청은 이날 장시간에 걸친 내부 회의 끝에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상정보 공개 요건은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인 경우, 범행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범행 수법의 잔인성, 공공의 이익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피해자인 A군은 지난 18일 오후 10시51분쯤 제주시 조천읍 소재 한 주택 2층 다락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이를 발견한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택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남성 2명을 용의자를 특정했다. 남성 가운데 1명은 A군의 어머니와 한때 동거했던 B씨였다. 공범 C씨가 사건 신고 3시간 만에 제주 시내 모처에서 긴급체포된 데 이어 B씨도 제주 시내 한 숙박업소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직후 동부서로 연행된 B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네”라고 했으며, 유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의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라는 부검의의 1차 구두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살해 도구 등을 토대로 A군이 질식사로 숨진 것으로 봤다. 숨진 A군은 손과 발이 결박된 상태로 처형되듯 죽임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 등은 현장에 있던 도구를 이용해 A군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끈 등을 이용해 결박된 상태였으며, 2층 다락방에 누운 상태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공범 C씨는 B씨와 함께 현장에 갔을 뿐 살해 행위는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로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은 현장에 동행하고 B씨 행위를 제지하지 않는 등 C씨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A군 어머니는 B씨의 위협이 심해지자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피해자 주택 주변에 CCTV 2대를 설치하고, 주거지 주변 순찰을 강화했지만 이번 사건을 막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A군 모자는 신변 보호 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스마트워치를 ‘재고 부족’을 이유로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변 보호 대상자용 스마트워치는 버튼을 누르면 즉시 112신고가 되고 자동 위치추적을 통해 신변 보호자가 있는 곳으로 순찰차가 신속히 출동하도록 하는 손목시계 형태 전자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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