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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아닙니다!…수리산 ‘대벌레 퇴치’ 작전

입력 : 2021-07-24 08:00:00 수정 : 2021-07-24 15: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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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수리산 감투봉 일대에서 ‘대벌레 방제작업’ 진행 / 쉴 새 없이 분사한 약으로 퇴치 시도 / 따뜻한 기온과 먹이로 삼는 활엽수 지대가 대벌레 증가에 영향으로 보여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 감투봉의 쉼터에서 대벌레 떼가 발견되고 있다. 김동환 기자

 

“큰일이네, 이번 주말 넘어서도 계속 나오겠는데….”

 

지난 23일 오전 7시30분쯤,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의 감투봉 일대에서 ‘대벌레 방제작업’을 진행하던 군포시 생태공원녹지과 병충해 예찰단의 한 직원이 이같이 말하고는 혀를 찼다.

 

이날은 감투봉 일대에서 방제작업을 벌인 지 나흘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쉴 새 없이 호스에서 분사되는 약을 맞고 흙바닥에 축 늘어지는가 싶던 대벌레 수십마리가 등산로 안내판과 쉼터 난간에 다시 기어올랐다.

 

약을 맞고도 다리를 마구 움직이는 대벌레 수십마리를 보니 저러다 내성마저 생겨서 끄떡없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도 됐다.

 

가까이 다가가니, 마치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도 같아 보였다.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 감투봉의 쉼터에서 대벌레 떼를 퇴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동환 기자

 

가느다란 나뭇가지처럼 보이는 대벌레의 전체 몸길이는 10㎝ 내외로, 매년 3~4월쯤 부화해 6월 중순이면 성충으로 변하고 가을 무렵까지 생존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 마리당 산란기에 600~700개의 알을 낳는다고 하는데, 이듬해 알이 부화하면 그만큼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꼴이어서 사실상 대벌레와의 전쟁은 매년 되풀이된다.

 

현장에서 방제작업을 진행한 박규천 예찰단장은 대벌레가 한두 마리만 관찰된 일과 대벌레의 폭증이 빠른 기간 안에 모두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알이 한꺼번에 부화한 뒤, 대규모로 성충이 되면서 이러한 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리산 일대에서는 최근 2~3년 사이에 대벌레가 발견되기 시작했으며, 대벌레가 먹이로 삼는 활엽수 지대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한다.

 

따뜻한 겨울 기후도 대벌레 증가의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사람을 무는 등의 해악은 없지만, 나뭇잎을 갉아 먹어 산림의 미관을 해치고 수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서 방제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대벌레 퇴치에 쓰이는 약은 천연성분으로 구성되어서 사람에게는 거의 해가 없다고 박 단장은 귀띔했다.

 

대벌레 퇴치는 약 분사 외에도, 부화한 벌레가 나무를 타고 기어오르지 않게 끈끈한 테이프를 나무 몸통에 감는 방법이 있다.

 

기자가 산을 오르며 관찰한 등산로 인근 나무에는 대부분 중간 높이에 검은 테이프를 감쌌는데, 외부 끈끈이에 달라붙은 채 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상관없다는 듯 허우적대는 대벌레 여러 마리를 보니 효과도 커 보였다.

 

죽은 대벌레는 땅을 깊게 파서 묻어버리는 것으로 방제작업을 마무리한다.

 

죽은 대벌레 떼를 땅에 묻는 것으로 방제작업을 마무리한다. 김동환 기자

 

감투봉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그나마 오늘(23일)이 나은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약을 맞고 떨어진 대벌레를 쓸어 모으니 제초작업 후 쌓아놓은 풀더미 느낌인데, 이전에는 더 심했다고 하니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등산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나무 난간에 대벌레가 마치 샌드위치처럼 켜켜이 쌓여 있었다”며 “자기들끼리 뭉쳐서 그렇게 되어 있었다”고 떠올렸다.

 

시민들 이야기를 듣던 중 뭔가 팔에 닿는 느낌이 들어 기자가 무심코 손으로 쓸었다가, 대벌레가 손가락에 걸린 것을 알고는 화들짝 놀란 일도 있었다.

 

수리산뿐만 아니라 경기도 의왕의 청계산 일대에서도 대벌레가 대규모로 나타나면서, 경기도는 산림청 국유림관리소와 협업체계를 구축해 오는 30일까지 공동 방제를 벌인다.

 

박 단장은 대벌레 퇴치도 중요하지만, 향후에는 또 다른 벌레의 출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앞으로도 기후 변화에 따라 다른 벌레들이 계속 나타날 수 있다”며 “그에 적절한 대비책을 당국에서 잘 연구하고 검토해서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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