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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악의적 기준 모호한 ‘징벌 배상’… 언론 보도 위축 불가피 [심층기획-언론 옥죄는 언론중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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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7 06:00:00 수정 : 2021-07-27 07: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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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법안 쏟아낸 與
가짜뉴스 명분으로 미디어특위 출범
언론 관련 법률 개정안 32개에 달해
내달 중으로 국회 통과 관철 나설 듯
악용 가능성 높은 ‘징벌 배상제’
‘극심한·중대한’ 피해 판사가 재량권
정치·경제 권력자들 불리한 기사 땐
배상금 청구로 전략적 봉쇄 우려 커
포털사이트 규제도 강화
뉴스편집 권한 제한 법 개정도 추진
국민들 알권리 침해 위헌 소지 높아
시민단체 “법안 효과 검증 거쳐야”

집권 4년 차인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들어 가장 앞세우는 카드는 ‘언론개혁’이다. ‘가짜뉴스가 심각하다’, ‘민주주의에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며 법 개정을 통한 언론 규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국회에 계류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16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16개에 달할 정도다.

집권여당의 이번 언론개혁 입법 공세 시점은 지난 2월부터다.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인 보도는 범죄”라며 시동을 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범람했던 가짜뉴스 등이 “터무니없는 공포를 조장하는 보도”로 이런 입법 공세의 주요한 명분이 됐다. 시민단체까지 우려할 정도로 설익은 내용이 많고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민주당은 우선 입법과제로 밀어붙일 태세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미디어·언론 상생 태스크포스(TF)를 당 공식 기구인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로 확대해 출범시켰다. 특위는 △인터넷 뉴스 포털 혁신 △가짜뉴스 대응, 언론의 공익성 확보, 피해 구제 △미디어 영향력 평가제도·공익광고 배분 기준 개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정책 수립, 규제 개혁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법 제정 검토 △미디어 정책 정부 거버넌스 재구축이란 7대 과제를 단기·중기·장기 과제로 나눠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미디어 영향력 평가제도·공익광고 배분 기준 개선’의 경우 이달 초 정부가 이미 ABC협회 자료를 활용한 정책광고 집행을 중단하고 대체 지표를 마련해 2022년부터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속도를 내겠다고 한 만큼 여당의 언론규제 입법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언론 관련법 개정안을 통해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개혁은 그 내용이 정정보도 조건의 구체적 명시, 언론사의 거짓·왜곡보도에 대한 징벌 배상제 도입, 언론중재위원회를 언론위원회로 변경 및 언론위원회 권한·기능 강화 등 다양하다. 미디어특위는 7월 초 여러 개혁법안을 하나로 합친 대안(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은 언론 등이 허위·조작보도를 했을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정보도 분량과 게재 위치도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포털(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뉴스편집 금지(신문법),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송법) 등을 7∼8월 중 관련법 국회 통과로 관철한다는 게 미디어특위 방침이다.

가장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건 징벌 배상제 도입이다. 언론 징벌 배상제 도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에도 ‘쓰레기 만두’ 오보 파동을 겪으면서 징벌 배상제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언론계 반발로 무산되는 대신 언론중재위 권한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다시 징벌 배상제 도입 논의가 이뤄진 건 바닥 수준인 언론 신뢰도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뉴스 전반에 대해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32%로 세계 46개국에서 공동 38위를 차지했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첫 보도가 수만개의 다른 기사로 무한복제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피해는 복구가 불가능한 지경이 되기에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악의적 보도에 대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언론 징벌 배상제는 그 본래 취지와 달리 언론에 대해 자의적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익집단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 언론 보도의 주요 취재 대상인 ‘공인’과 ‘기업’은 손해배상 청구와 기사 열람 차단으로 이익을 얻지만, 언론사에 경제적 타격을 주려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리어 일반 시민의 표현물에까지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위 조작 정보의 개념과 ‘고의나 중대한 과실’, ‘악의적’ 등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결국 판사 재량에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허위 조작 정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허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또 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 피해를 어떻게 ‘극심한’ 또는 ‘중대한’ 피해로 판단할지, 쉽게 답을 정할 수 없는 쟁점이 한둘이 아니다.

인터넷 뉴스 포털 혁신은 또 다른 쟁점이다. 민주당은 포털사이트가 사용자에게 표출하는 뉴스를 편집할 권한을 제한하는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인터넷 포털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일부 뉴스 배치를 결정하던 것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언론계는 물론 시민단체도 새로운 언론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그간 제기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더 필요하며 포털의 뉴스 추천 서비스 금지는 법안이 의도한 효과가 발생하는지 검증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망 중립성 등을 추구하는 단체 ‘오픈넷’도 “민주당 미디어특위는 언론개혁 명분으로 한 언론 위축 정책의 강행 추진을 중단하라”며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오픈넷은 이런 언론 규제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위헌의 소지가 높다는 입장이다. 오픈넷은 “어떠한 주장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사와 정보들은 ‘허위정보’로 쉽게 프레임 씌워질 수 있고, 공인이나 기업과 같은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와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고자 고액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전략적 봉쇄소송과 기사열람차단 청구 등을 남발할 것”이라며 “언론 활동을 중대한 위험을 가진 ‘징벌’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과 이에 기초한 과도한 규제는 언론인들을 위협하고 언론의 자유 및 이에 기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심대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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