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S 美 대사에 쿠바 전문가 임명하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공산주의 국가로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쿠바를 겨냥해 “공산주의는 대개 실패한 이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쿠바 국내정치와 미국·쿠바 관계를 연구해 온 학자를 미주기구(OAS)에서 미국을 대표할 대사로 임명할 뜻을 밝혔다. 일각에선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 목표로 내세운 바이든 정부가 쿠바 민주화에 본격 시동을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쿠바계 미국인 지도자들을 초청해 최근 벌어진 쿠바 내 반정부 시위 여파, 그리고 향후 쿠바 정세에 관한 미 행정부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지난달 11일 쿠바에선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인 만큼 집회나 시위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언론이 철저히 통제되는 가운데 외신들은 “오랜 경제난과 코로나19로 지친 쿠바 시민들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면서 집결했다”며 “경찰이 공권력을 총동원해 시위 해산에 나선 끝에 5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일단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쿠바 시민들의 시위는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쿠바 시위대를 지지하는 동조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쿠바 대사관이 화염병 공격을 받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대사관 건물 외벽이 불에 타 검게 그을렸다”며 “쿠바 시위대 지지자가 벌인 행동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계 미국인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7월 11일 쿠바에서 우리가 목격한 역사적인 시위 이후 나는 그 사건들을 면밀히 주시해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쿠바는 실패와 탄압에 시달리는 체제”라며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공산주의는 대개 실패한 이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처음부터 이 문제(쿠바를 비롯한 공산주의·권위주의 정권들)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고양시키는 것이 바이든 정부 외교의 핵심 목표임을 거듭 상기시킨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OAS 미국 대표부 대사에 쿠바를 비롯한 중남미 정치에 정통한 프랭크 모라 박사를 임명하기로 했다. OAS는 북미와 중남미 대륙 국가들의 협력을 목표로 미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기구로 본부는 워싱턴에 있다. 한때 쿠바도 OAS 회원국이었으나 1962년 공산화 이후 탈퇴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모라 대사 후보자는 본인이 쿠바계 미국인이다. 그간 플로리다 국제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며 공산주의·권위주의 국가의 ‘민주화’에 연구 초점을 맞춰왔다. 그의 대사 발탁이 쿠바의 민주화 가속화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모라 후보자에게 큰 기대감을 표시하며 “OAS가 쿠바 국민의 기본적 자유를 적극 지지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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