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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 일부… 또 다른 주범 같이 잡아야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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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2 16:00:00 수정 : 2021-08-22 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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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숨은 온난화 유발자 메탄
이산화탄소 못지않게 농도 늘어
에어로졸 줄면 추가 온난화 가능성
다른 온실가스와 감축 병행 필요

“감축 노력 뭐라도 시작해야”
해수면의 상승 등 진행 중인 변화
배출량 확 줄어도 바꾸기 힘들어
탄소중립 성패보다는 행동이 중요

“인간 활동으로 지구온난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그로 인한 기후변화는 더 광범위하고, 빠르고, 강해졌다.”

얼마 전 발간된 기후변화 연구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다. 이 보고서는 심지어 일부 기후변화는 비가역적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다만 보고서에서 희망을 찾자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경우 지구온난화도 완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은 중요하고, 우리는 즉시 그 노력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9일 제54차 총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를 승인했다. IPCC는 기후변화를 규명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기관이다.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진행 추이가 어떤지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에 관한 제2·3실무그룹 보고서는 내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세계일보 8월10일자 2면 참조>

앞서 제5차 평가보고서(AR5)가 2013년 “지구온난화가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면, 이번 AR6 WG1은 “지구온난화 주범은 인간임이 명백하다”고 지목했다. 그만큼 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인류의 책무는 더 무거워졌다. 온실가스의 ‘대명사’ 같은 이산화탄소 감축 압박만 가중된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메탄, 아산화질소 등 수백종 기체가 포함된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를 억제하려면 이산화탄소만큼이나 다른 온실가스도 감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산화탄소와 무수한 온실기체

18일 WG1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최근 10년(2010∼2019년)간 관측된 온도 상승폭은 0.88∼1.21도(최적 추정치 1.06도)이다. AR6 WG1은 실제 온난화 관측치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전 지구 온도 상승폭과 거의 일치한다는 그래프를 제시했다. 요인별로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 +1∼2도 △에어로졸(대기오염물질) 발생 등 기타 인간 활동 -0.8∼0도 △태양에너지 증가나 화산활동 등 자연강제력 -0.1∼0.1도 △기후시스템 자연변동성 -0.2∼0.2도로 기여했다.

네 가지 요인 중 온실가스 배출과 에어로졸 발생 등 인간이 유발한 영향을 합산하면 온도 상승폭은 0.8∼1.3도(〃 1.07도) 수준이다. 실제 온난화 정도와 비슷하다. 미세먼지와 비슷한 에어로졸 대부분은 햇빛을 튕겨낸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대기에 에어로졸이 많을수록 햇빛을 차단해 지표면 온도를 낮추는 ‘냉각 효과’를 초래한다.

온실가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체는 이산화탄소다. 2019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이다. 2013년 발간된 AR5에서는 2011년 기준 이산화탄소 농도가 391ppm이었는데 8년 사이 19ppm 늘었다. 이 차이로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80만년간 전례 없던 수치’에서 ‘최근 200만년간 전례 없는 수치’로 악화했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0.5∼1.3도가량 온난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다른 온실가스 농도도 그에 못지않게 늘었다. 메탄은 2011년 1803ppb에서 2019년 1866ppb로, 아산화질소는 324ppb에서 332ppb로 각각 증가했다. 메탄은 최근 온난화에 0.3∼0.9도, 아산화질소는 0.05∼0.2도, 할로겐화합물은 0∼0.3도 정도 각각 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도 사불화탄소(CF4), 육불화황(SF6), 프레온가스류 등 온실가스로 분류되는 기체 수백종이 더 있다.

◆메탄 감축도 중요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50∼2019년 기준 대략 2390GtCO₂(기가톤CO₂)에 이른다. 이 또한 AR5(1890GtCO₂)와 비교해 400GtCO₂(약 20%) 늘어난 수치다. 세계 과학자들은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지구온난화가 거의 선형적인 비례관계라는 사실을 AR5에서부터 지적해왔다.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0GtCO₂ 늘어날 때마다 지구 지표면 온도는 0.27∼0.63도(〃 0.45도) 상승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구 온도 상승치는 1.5도에서 최대 2도 미만으로 제한하지 못하면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공감대다. 지구온난화를 1.5도 수준에서 제한하기 위해 이번 보고서가 제시한 앞으로 남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00∼650GtCO₂ 규모다. 최적 추정치는 500GtCO₂ 정도다. 이산화탄소 외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220GtCO₂ 정도의 이산화탄소 감축 여유가 생길 수 있다.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도 기타 온실가스 저감은 필수적이다. 에어로졸은 보통 0∼0.8도 수준의 냉각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에어로졸이 감소하면 대기질은 개선돼도 추가 온난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온실가스를 줄이면 좋다. 하지만 대기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추가 온난화를 상쇄하기 위한 효율적인 선택지는 메탄 저감이다. 메탄은 지구 온도를 높이는 온실가스인 동시에 화학반응을 통해 에어로졸이나 오존과 결합해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대기 중 메탄 농도가 감소하면 대기오염 물질은 줄고 추가로 온난화 상쇄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메탄 배출을 줄이면 대기질 개선에 더해 온난화까지 잡을 수 있는 상황으로 평가된다”며 “그래서 이번 보고서에도 ‘메탄 감축이 기타 온실가스 감축과 병행돼야 효율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 중 가장 중요한 물질인 것은 확실하지만 메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메탄은 폐기물이나 축사, 돈사에서 많이 배출되지만 대기 분포나 배출량 관련 정보가 매우 부족해 전 세계적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2050년까지 북극해빙 한 번은 녹는다

일부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보고서에 담겼다. 해수면 상승 흐름은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획기적으로 줄어도 수백∼수천년간 진행돼온 변화를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배출량 감축 정도와 무관하게 2050년 전에 최소 한 번은 9월 중 북극해빙(바다얼음)이 거의 다 녹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면 지구 지표면 온도를 낮추고, 기후변화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기술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넷제로)으로 만든다면 2081년 이후 먼 미래에도 지구온난화를 1.0∼1.8도에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50 탄소중립’을 만약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207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면 적어도 온난화를 2도 정도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AR6 WG1이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지구 온도는 최대 5.7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

변 연구관은 “2050년 넷제로 달성 여부를 무조건 실패와 성공이란 이분법으로 봐선 안 된다”며 “205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지 못해도 2060년이든, 2070년이든 꾸준히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5일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변 연구관은 “우리가 지금부터 바로 배출량을 0으로 줄일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애초에 여러 시나리오가 없었을 것”이라며 “양 극단 입장의 절충점을 찾아 감축 노력을 뭐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가 경제 수준이 세계 12위인데 그 잣대로 보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과학적 인프라 수준은 굉장히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IPCC 평가보고서 중 과학적 근거를 다룬 제1실무그룹 보고서가 왜 첫 번째이겠냐”며 “앞으로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할 때 과학, 사실, 증거에 집중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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