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방역지침 4단계가 지속하면서 술 시장에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저녁 6시 이후로 3인 이상 집합 금지 등으로 외식에서 소비하는 술 시장이 급속도로 작아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제조사들은 다양한 기획 및 마케팅으로 돌파구를 마련 중이다. 이러한 노력 중 눈길을 끄는 것들을 모아봤다.
◆화요와 웰치가 만나다 ‘화요 웰치’
대한민국에는 크게 두 가지 소주가 있다.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다. 증류식 소주는 원재료가 확실하고, 국내 농산물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주정(알코올)에 물을 섞는 희석식 소주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증류식 소주는 참치집, 일식집, 이자카야, 한식 주점 등 고급 요식업체에서 사용하는 빈도가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요는 집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기획했고, ‘화요 웰치’가 탄생했다. 농심의 웰치 오렌지와 함께 협업한 세트로, 화요 25 375㎖ 1병과 웰치 오렌지 355㎖ 1캔, 칵테일 컵 1잔, 일러스트 스티커로 구성됐다. 홈술은 물론, 차박, 캠핑, 휴양지 등에서도 이 제품 하나로 칵테일, 또는 하이볼을 만들 수 있다. 동봉된 칵테일 컵 역시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생분해성 컵으로, 사용 후 완전 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제품이다.
◆1990년대 감성의 오이 소주 ‘52C’
90년 대 20대를 보낸 X세대에게는 추억의 소주가 몇 개 있다. 카페와 같은 소줏집 ‘소주방’에서 미팅이나 소개팅할 때, 그리고 데이트 때 마셨던 칵테일 소주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레몬 소주, 요구르트 소주, 밀키스 소주 그리고 남성들에게 비교적 인기 많았던 오이 소주다. 이런 레트로, 또는 뉴트로 칵테일 중 오이 소주가 정식 출시됐다. 전남 장성의 청산녹수의 ‘52C’.
청산녹수는 전남대 미생물학과 김진만 교수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전통주 양조장으로, 증류주에 장성군의 취청 오이를 넣어 맛을 우려냈다. 이번 제품은 다양한 세대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사내 공모전의 결과로 나올 수 있었다. 청산녹수의 송충성 이사는 “4050대에게는 추억을, 2030에게는 새로움을 주기 위해 해당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며 “해당 제품을 통해 술이 단순히 취하는 것이 아닌 추억과 감성, 그리고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술 ‘관악산 생막걸리’와 ‘과천미주’
지구에 대한 책임을 제품에 담고, 지역 주민과 동고동락하는 마을 공동체 양조장에 대한 포부를 가진 양조장이 등장했다. 관악산과 우면산 사이에 자리잡은 ‘과천도가’다. 서형원 대표와 임직원들은 환경 운동가 출신으로, 6년 전 과천에서 우리술 전문점 별주막을 열 때부터 막걸리를 통한 동네 알리기를 꿈꿔왔다.
이곳의 제품은 주력 제품은 ‘관악산 생막걸리’와 맑은 탁주인 ‘과천미주’. 올해 6월에 처음 출시된 제품으로, 모두 무(無) 인공 감미료에 우리 쌀로만 빚어 쌀 본연의 맛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가 환경운동가 출신인 만큼 해당 제품은 보다 환경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물에 넣으면 분리되는 ‘수분리 라벨’을 사용하거나 라벨을 최소화했다. 또 유리병 제품인 ‘과천미주’는 병에 세제를 담아 세제 용기로 재활용할 수 있는 펌프 등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제는 전통주도 환경을 생각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무감미료 스파클링 막걸리 ‘스파클링 막걸리 서울’
수많은 스타 양조장을 배출한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서울 양조장’에서 무감미료 스파클링 막걸리 ‘스파클링 막걸리 서울’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 2월 출시된 ‘막걸리 서울’의 스파클링 버전으로, 김제 찹쌀과 보은 멥쌀에 우리 쌀로 직접 띄운 설화곡으로 만든 제품이다. 다섯 번 빚는 오양주 방식을 도입했으며, 알코올 도수 7.5도다. 독특한 방법으로 마시는데, 병을 거꾸로 세우고 바닥 침전물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흔들기, 그리고 하루 동안 냉장고(10도 이하)에 세워서 넣어두기, 뚜껑을 천천히 여닫아 탄산 소리와 고운 구름 섞이는 모습을 즐기기 등이다. 현재 탄산음료 및 주류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며, 더불어 샴페인, 하이볼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셀럽들의 ‘내 술 만들기’ 시장 도전
주류업체들끼리 OEM이 가능해지고, 주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셀럽들의 주류 시장 진출도 늘고 있다. 방송인 김수미는 조은술 세종과 협업해 막걸리를 내놨으며, 가수 박재범도 소주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미 외국에는 널리 퍼진 비즈니스 모델로 할리우드 원조 미남 조지 클루니, 미국판 마동석이라고 불리는 드웨인 존슨, 로코 여신 드류 베리모어와 가장 섹시한 배우 3위인 라이언 레이놀즈까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참고로 이러한 제품은 편의점 시장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인데, 여기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면서 편의점의 주류 매출이 증가하면서 이들 상품도 영향을 받고 있다. 코로나 시대 변화된 주류 시장의 위너라고 볼 수 있다.
◆콘텐츠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랜선 양조장 탐방
샴페인 막걸리의 원조라고 불리는 복순도가는 지난 7월 말에 일본 JAL항공 VIP 대상으로 랜선 투어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의 색다른 관광 상품을 찾는 바이어를 대상으로 개최된 행사로, 해당 투어는 줌(ZOOM)을 이용했다. 영남 알프스 자락에 있는 복순도가는 주변에 명소와 사적, 맛집과 멋진 카페도 많아 양조장 방문객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울주군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주력 상품인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샴페인 막걸리라는 별명답게 MZ세대들은 물론 최근 4050 세대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김민규 대표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방문객을 최소화해 받는 가운데 해외 방문객의 문의가 늘어 랜선으로 투어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랜선 양조장 탐방은 단순히 탐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녹화하며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중요한 영상 콘텐츠가 생긴다는 것. 이러한 모습은 주류 시장에 부가가치를 높이고, 전통주의 격을 올리는데 매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본다.
◆브레이크 타임까지 없앤 외식업체, 해결책은 아니야
6시 이후 3인 이상 금지로 외식업체들은 손님 감소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버텨보고자 브레이크 타임을 폐지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인 브레이크 타임은 3시부터 5시 정도. 하지만 이것은 6시 이후 방문할 고객을 위한 준비 타임이다. 6시 이후에 고객이 없다면 브레이크 타임이 의미가 없다.
하지만 브레이크 타임이 없다고 줄어든 매출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조금이라도 버티기 위해 선택한 궁여지책일 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이 떨어진 외식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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