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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러브콜에 병원 ‘몸집 불리기’… 기대 반 우려 반 [이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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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9 10:00:00 수정 : 2021-08-29 1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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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수도권 분원 설립 경쟁

지자체와 대형병원 ‘윈윈’
아산병원은 청라·세브란스는 송도
서울대는 시흥 등 앞다퉈 분원 설립
지자체장 다음 선거 위해 ‘치적 쌓기’
병원은 부지 싼값 제공에 “확장 적기”

의료생태계 파괴 우려도
주민들은 “질 좋은 의료서비스 받고
아파트 값 상승도 기대” 환영 목소리
“동네에 사자와 호랑이 풀어놓는 격”
지역병원들은 ‘대형병원 쏠림’ 우려

“첨단 종합 인텔리전트 병원”, “서해안벨트권역 4차병원”, “친환경, 녹색인증 건축을 통한 스마트 그린 병원”…. 최근 대형병원들이 앞다투어 수도권 분원 설립에 나서고 있다. 인천 청라 아산병원, 인천 송도 세브란스병원, 경기 시흥 서울대병원, 경기 광명 중앙대병원, 경기 평택 아주대병원, 위례 길병원 등 향후 5∼6년 내에 수도권 분원이 설립되는 곳이 줄을 잇고 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이대서울병원과 은평성모병원 등 서울 내 싸움이었던 대형병원 간 경쟁이 이제는 수도권으로 옮겨간 양상이다.

 

◆주요 지역마다 대형병원 분원 설립

대표적인 지역이 인천이다. 인천에는 이미 인하대병원과 가천대 길병원 등 대학병원이 자리하고 있지만 송도와 청라에 각각 세브란스병원과 아산병원이 2026∼2027년에 신규로 들어올 예정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 시흥이지만 인천과 경계를 맞닿은 시흥 끝자락에 서울대병원도 들어오는 것을 감안하면 신규 대형병원만 반경 20km 이내에 3곳이 들어오는 셈이다.

병원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대형병원의 수급 반경을 10km 정도로 본다. 직선거리로는 아산병원과 기존에 있던 인하대병원이, 2026∼2027년 비슷한 시기에 개원할 예정인 송도 세브란스와 시흥 서울대병원은 이 안에 들어오는 ‘경쟁자’가 된다. 그만큼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계에서는 대형병원의 연이은 수도권 분원 설립 배경에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지자체의 업적 쌓기, 병원의 확장 계획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대형병원의 경우 처음 개원 시 추후 확장까지 고려해 토지를 매입하지만 설립 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은 ‘여유공간’으로 확보했던 부지까지 건물을 지어 올려서 더 이상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 땅값이 많이 올라서 병원 옆에 나대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입도 어려운 상황. 이런 상황에서 각 지자체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으니 대형병원으로서는 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치적쌓기’, 병원은 손쉬운 설립 ‘윈윈’

지자체의 대형병원 ‘러브콜’에도 이유가 있다. 최근 부동산 상승으로 신도시 형성에 박차가 가해지면서 지역 내 대형병원 유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탓이다.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다음 선거를 위한 ‘치적쌓기’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 후보와 지역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지하철역과 대형병원 유치 공약은 단골 메뉴다.

송도 세브란스와 안산 한양대병원처럼 대학 캠퍼스와 병원이 ‘묶음’으로 가는 사례도 있긴 하지만, 이들 병원의 대부분은 지식산업센터, 지역 내 연구소와 기업, 의료·R&D가 포함된 ‘의료복합타운’의 일부다. 지자체가 내놓은 ‘OO 의료복합타운’ 입찰에 각 병원은 건설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내로라하는 대형병원 유치를 위해 지자체는 병원부지도 상대적으로 ‘싼값’에 제공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병원 허가권을 가진 지자체가 나서서 적극적인 만큼 이만한 기회도 없는 셈이다. 현재 의료법 시행규칙은 의료 시설 기준에만 맞다면 지차제가 병원 허가와 관련한 권한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상승으로 대형병원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더 이상 확장이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와중에,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신도시 건설이 활발해지면서 각 지자체에서 토지를 싸게 제공한다고 하니 최고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며 “병원은 확장성 키우고, 지자체는 공약 지켰다고 큰소리치고, 지자체장은 실적 쌓고, 지역 인프라 구축에 의료복합타운의 고용창출 효과로 인한 세수까지,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복합의료타운이라는 형식 자체가 병원에 주는 혜택이라는 시선도 있다. 대형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수익률은 매출액의 5%에도 못 미치는데 지자체에서 이런 바이오산업과 묶어서 추진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잡아가는 거니까 ‘땡큐’”라며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혜택이 제공될 때 들어가는 것이 가장 이익이다. 신도시가 완성되고 난 다음에는 땅값도 비싸지고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혜택도 없어서 병원의 확장성도 없어진다”고 귀띔했다.

◆지자체와 시민은 “환영” VS 지역 의료계 “생태계 파괴”

지역 주민은 당연히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모(47)씨는 “지하철역과 좋은 학교, 대형병원은 지역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라며 “가까운 곳에서 빠른 시간에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냐”고 반문했다.

다만 대형병원 ‘입성’에 환영의 목소리가 두드러진 곳은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 커뮤니티가 아니라 부동산 카페다. 통상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면 인근 아파트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형병원의 수도권 행에 대해 지역 병원은 볼멘소리를 낸다. 한 지역 병원 관계자는 “가장 큰 피해자는 이런 대형병원과 겨뤄야 하는 지역 종합병원”이라며 “환자 유치 경쟁도 그렇거니와 의료진 경쟁까지 해야 한다. 대형병원이 가진 ‘브랜드 파워’가 막강해 승부는 이미 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주민들의 ‘대형병원 쏠림’으로 인해 지역 병원은 고사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다. 중증환자, 응급환자 등을 치료해야 하는 대형병원에 경증 만성질환자가 장기간 입원실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해외처럼 의료전달체계를 시스템화해서 엄격히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대형병원의 수도권 분원 설립은 동네에 사자와 호랑이만 풀어놓는 격”이라며 “양질의 의료서비스라는 장점보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대규모 인력이동으로 인한 주변 의료생태계가 망가지게 될 것이 뻔하다. 수도권 병원이 방대해지며 지역 의료진까지 이동하게 되면 지방 사람들은 또다시 수도권행을 택하게 되고 지역의료체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의료역할 분담이 선행되지 않은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수도권 분원 설립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대형병원 입장에서는 중증환자는 빨리 내보내야 돈이 되는 만큼 중증환자 대신 경증환자들이 입원실을 차지하는 현실이 수도권 분원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형병원을 지역에 유치하면 응급 중증환자 치료와 다학제 치료 서비스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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