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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철군’ 美, 中·러 견제 본격화… ‘냉전 2.0’ 서막 오르나 [심층기획-뜨거워지는 印·太 패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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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2 09:00:00 수정 : 2021-09-11 23: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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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냉전종식 후 중동 등 분쟁 개입 치중
바이든 취임 후엔 안보전략 印·太로 옮겨
강대국 간 전략경쟁 돌입 움직임 가속
군사·경제 등 분야 초월 中과 갈등 격화

전방위 압박 직면한 中, 러와 협력 강화
최근 中서부 내륙지역서 ‘자파드’ 훈련
해외언론 “훈련 규모·전력 전면전 염두”
전략무기 보강 등 독자적 증강 움직임도
인도·태평양 지역 패권을 둘러싼 경쟁과 갈등이 한층 치열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우리의 전략적 경쟁자들은 미국이 2년 더, 4년 더, 20년 더 갈등에 빠져 꼼짝 못하는 걸 가장 좋아할 것”(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라며 또 다른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경쟁을 예고했다. 미·중 대립 구도가 굳어지는 ‘냉전 2.0’의 서막이 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대전략 전환’ 신호탄 쏘아올린 미국

미국은 1990년 냉전 종식 이후 이라크, 아프간, 시리아 등 중동·서아시아에서의 지역 분쟁 개입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안보전략의 초점을 인도태평양으로 옮기고 강대국 간 전략경쟁에 돌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전방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우크라이나 등의 문제로 유럽과 갈등을 빚는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의도다.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면한다는 비난 속에서도 철군을 선택한 것은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아브라함 협정으로 중동 내 동맹국을 묶은 미국은 아프간 철군을 통해 부족·종교 갈등으로 언제든 내전이 일어날 수 있는 중동 현안 해결에는 동맹국을 활용하고,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미 의회연구소(CRS)는 최근 발간한 ‘새로운 미·중 전략경쟁’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 민주, 인권, 부패 척결 등의 이념 경쟁을 지향하면서 과거와 다른 저강도 차원에서의 장기적 경쟁국면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결성된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를 강화하면서 제재 등으로 중국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유럽 동맹국들이 중국 견제에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추고 있으나, 러시아의 공격적 행보를 경계해야 하는 유럽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는 어렵다. 한국과 필리핀 등 역내 동맹국들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쿼드는 지난달 26일 괌 인근 해역에서 ‘말라바르 2021’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지시한 전 지구적 군사대비태세 검토(GPR)는 아프간 철군을 염두에 두고 미군을 인도태평양으로 재배치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의 미국 견제 전략인 반접근지역거부(A2/AD)에 맞설 연구도 한창이다.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은 미 해군 핵항모가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해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저지하고, 미 핵항모의 진입을 허용했을 때는 근거리에서 집요하게 괴롭혀 퇴각을 강요하는 전략이다.

미 육군의 다영역 작전(MDO), 해군의 분산 해양작전(DMO), 해병대의 경쟁적 환경하 연안작전(LOCE), 해외 첨단원정 기지작전(EABO) 등의 새로운 작전개념도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미 육군의 작전 비중이 늘어날 조짐도 보인다. 미 육군은 지금까지 인도태평양에서 해·공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으로 미 해군과 공군의 접근이 제한을 받으면서 육군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4000명 규모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다연장 로켓발사대(HIMARS) 등 첨단장비를 갖춘 다영역 전투임무단(MDTF)이 조만간 괌에 배치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러시아 밀착으로 미국에 맞서려는 중국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직면한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양측은 중국 서부 내륙 지역에서 ‘자파드-2021’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은 “이번 훈련은 2001년 체결한 중국·러시아 우호협력 파트너십 합의에 따른 훈련”이라며 특정 국가를 적으로 삼지 않는 방어 위주의 훈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중국 포위전략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훈련 규모나 참가 전력도 사실상의 전면전을 염두에 뒀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훈련 참가 전력의 80%가 첨단 전력”이라며 “중국군은 J-16 전투기, J-20 스텔스 전투기와 무인기, KJ-500 계열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15식 신형 경전차, ZTD-05 보병전투차량, PHL-8 신형 자주포 등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200대의 전차, 전투차량과 100대의 자주포가 훈련에 참여했으며, 항공기 출격횟수도 200회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양측이 대규모 훈련을 벌였다는 것은 미국의 아프간 철군 이후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그만큼 강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군의 독자적인 활동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달 22일 중국 해군 최신 함정인 055형 구축함 난창함이 호위함, 보급함과 함께 동해로 진입했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이뤄진 동해 진입은 한·미·일 3국을 압박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중국군은 지난 3개월 동안 서해와 보하이에서 최소 48회, 대만해협 인근에서 최소 39회, 남중국해에서 최소 26회, 동중국해에서 최소 7회 훈련을 실시했다”며 중국군이 모든 주요 해역에서 훈련을 실시, 무력충돌 발생 시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 기술이 투입된 군사력 증강도 한창이다. 미국과 러시아에 체결했던 중거리 핵전력조약(INF) 대상에서 제외됐던 중국은 미국보다 앞서 각종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미국이 국방비, 군사과학기술, 지상군과 해·공군 전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있지만, INF로 인한 제약으로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은 중국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는 해상민병대의 활동이 주목된다. 중국은 어부에게 해군과 유사한 군복을 입히고 어선에 위성항법장비와 통신장비를 탑재한 해상민병대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 해군 또는 해양경찰은 비무장 어선인 해상민병대에 물리적 제재를 할 수 없다. 대규모 해상민병대가 동남아시아나 미국 등과 갈등을 빚는 해역에 상주해도 상대국은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도서 지역 일대에서 무력충돌 없이도 중국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구축한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하고, 미 해군 핵항모의 동아시아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중거리 및 극초음속 미사일 등 지상발사 탄도미사일 전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미국이 대응하기 힘든 ‘회색전략’으로 미국의 압박에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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