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배 박사 “아이쇼핑·인터넷쇼핑몰 검색만 해도 심리치료 효과”
“쇼핑, 주변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통제력 강화…슬픔·우울감 완화”
“통제 어려울 땐 치료가 아닌 ‘쇼핑중독’·‘과소비’ 등 부작용 불러”
“성·도박·마약·알콜중독 등과 공통점…징후 느낄 때 즉각 중단해야”
“‘강박적 쇼핑’ 계속되면 운동·식생활 등 다른 치료법으로 바꿔야”
최근 ‘MZ세대’(1980∼2004년생)를 중심으로 '플렉스'(FLEX)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돈을 쓰며 과시한다’라는 의미를 지닌 말로. 힙합 문화에서 파생된 말이다. 어느 정도 가격이 나가는 물품을 구매한 뒤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문장으로 그 만족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평소에 본인이 사고 싶었던 것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받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쇼핑은 우울감이나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게 해 기분이 나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응용해 쇼핑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치료를 하는 행위를 서구권에서는 이른바 ‘쇼핑 치료’(Retail Therapy)라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쇼핑으로 인한 기쁨이 과도해지면 자신의 수입보다 지출이 커지면서 ‘과소비’를 불러오고, ‘쇼핑 중독’이라는 부작용을 겪으면서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소비하는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정보지인 ‘헬스 에센셜스’(Health Essentials)에 따르면 쇼핑 치료는 실제로 사람의 우울한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임상 심리학자 스캇 배 박사는 “연구에 따르면 적당한 쇼핑은 실제로 많은 심리적인 치료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상점에 가서 ‘윈도우 쇼핑’(Window Shoppong)을 하거나 사고 싶은 물건을 온라인으로 검색하는 것도 역시 심리적인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윈도우 쇼핑은 상점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고 눈으로만 구경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표현으로는 ‘아이쇼핑’에 해당한다.
배 박사는 “온라인 쇼핑의 장바구니에 물건을 추가하거나 좋아하는 상점을 몇 시간 동안 방문하는 것으로도 심리적, 감정적으로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시 말하지만 그 쇼핑이 ‘통제불능’ 상태까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어떤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자신의 주변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통제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슬프거나 우울한 감정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배 박사의 설명이다.
2014년 미국 소비자 심리학 저널(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의 연구에 따르면 쇼핑 치료는 사람들에게 즉각 행복감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장시간 계속되는 슬픔과 싸울 수 있게 한다.
연구에 따르면 슬픔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삶이 본인의 결정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이 본인의 삶의 결과를 통제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쇼핑이라는 행위에 내재된 자신의 선택과 결과는 개인의 통제력과 자율성을 회복해 슬픔을 이겨내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같은 해 미시간 대에서 진행했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원하는 물건을 사는 사람은 쇼핑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는데 최대 40배까지 더 효과적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서 실제로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검색만 한 사람들보다 3배나 덜 슬픈 감정을 느꼈다.
배 박사는 “이 연구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쇼핑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긍정적인 개인적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쇼핑에 대한 기대감은 우리 두뇌가 기분을 좋게 하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도록 하기도 한다. 이때 도파민은 실제로 쇼핑을 하거나 보상을 받을 때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즉, 윈도우 쇼핑이나 온라인에서 물건을 검색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만 도파민 방출로 우리 두뇌는 기분 좋게 하는 것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배 박사의 지적이다. 따라서 쇼핑을 과도하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쇼핑 중독으로 이어져 과소비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쇼핑 중독은 ▲강박적 구매욕구 ▲강박적 구매장애 ▲구매-쇼핑장애 ▲병적구매 등으로 불리며 실제로 치료가 필요하다.
그는 “쇼핑이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상실감 등을 덜어주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통제하기 어려울 때는 치료가 아닌 문제가 있는 강박적 행동으로 바뀐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박적인 쇼핑을 하는 사람은 쇼핑 빈도가 매우 잦거나 어떤 물건을 구매하려는 강한 충동을 느낀다”며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무력하다거나 무가치하다고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태는 성 중독 및 도박 중독 등 다른 충동 조절 장애와 공통점이 많고, 마약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에서 추구하는 충동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게 배 박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다행히 쇼핑 중독에도 징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이 지출을 통제하기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느낌이 들면 즉각 쇼핑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불필요한 물건 구입에 집착하거나 구매를 참을 수 없음 ▲사려는 물건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림 ▲쇼핑을 통제하지 못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음 ▲이로 인해 직장‧학교‧가정에서 문제가 발생 등이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쇼핑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배 박사는 “강박적인 쇼핑이 계속된다면 운동이나 건강한 식생활 등 새롭고 긍정적인 행동으로 즐거움을 얻는 방향으로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놀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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