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20여명 생활고 극단선택
“1년반동안 45만곳 폐점·빚 66조
희생만 강요하는 방역 효과 없어”
자영업자들 국회 앞서 차량시위
영업제한 완화·긴급 대책 촉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면서 정부에 방역지침 수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5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전국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올 들어서만 20여명이 생활고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도 원주에선 지난 13일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A(52)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원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한 A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변에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수개월간 임대료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일엔 서울 마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던 50대 소상공인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숨지기 전 남은 직원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살고 있던 원룸을 빼고 모자란 돈을 지인에게 빌리는 등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 여수에서 치킨집을 하던 한 소상공인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숨졌다.
한국노래문화업중앙회 대전시협회는 사흘째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전서 16년 동안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박종권(62)씨는 영업제한으로 월세와 관리비, 인건비 등으로 매월 400만~500만원 손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더는 참지 못해 거리로 나왔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건 큰 것도 아니다. 현재 오후 10시까지인 영업제한을 자정까지 2시간만 연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절규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6개월 동안 45만3000개의 매장이 폐점했으며 자영업자들은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른 시일 안에 소상공인 업종에 대한 영업제한을 모두 철폐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현 방역 정책은 사실상 실효성 없음이 입증됐다”며 “죽음까지 내몰리는 극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100대 생활업종 중 올해 5월 기준 간이점주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1% 감소했고, 호프전문점은 11.6%가 줄었다. 노래방도 같은 기간 6.2%가 감소했다.
정부는 거리두기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를 내달 3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흥시설로 분류된 유흥·단란주점, 감성주점 등은 문을 닫아야 한다. 수도권 유흥시설 전체에 내려진 ‘집합금지(영업금지)’ 조치도 유효하다.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집합금지 해제를 요구하는 차량시위를 진행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주도로 열린 이날 시위에는 차량 20여대가 참여했다. 이들은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뒤 경적을 울리며 청와대까지 이동을 시도했지만 경찰에 막혔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성명을 통해 “죽고 싶어도 빚이 산더미처럼 많아져 자식에게 물려주고 죽을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자영업자들의 잇단 극단 선택에 시민단체는 추가적인 긴급지원책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몰린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한시적인 지원금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상가임대료 대책 등 전방위적인 중소상인·자영업자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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