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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당사자 배제 산업계만 대변… 탄소중립안 다시 짜야”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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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30 06:00:00 수정 : 2021-09-29 18: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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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위 위원직 내려 놓은 기후활동가 오연재

모두 피해자지만 피해는 동등치 않아
농수산업자·저소득층·야외노동자 등
전문성 부족 이유로 참여 기회서 제외
세대·지역·분야별 다양성 부족 아쉬워

의견 전달 통로 있어도 반영여부 몰라
특정이해관계에 얽혀 판 짠 느낌 강해
감축 시나리오안도 모두 구체성 결여
시민 의견수렴이라는 정당성만 가져가

누구나 참여 가능한 기후시민의회 구성
각자의 의견들 모아 정부에 전달 계획
오연재 활동가가 지난 24일 글로벌기후파업에서 탄소중립위원회 사퇴선언문을 읽고 기후시민의회 출범을 발표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중책을 맡았다. 지난 5월29일 출범한 탄중위는 지난달 5일 시나리오 초안 1·2·3안을 발표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탄중위에는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환경·산업·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청년층부터 장년층까지 참여했다. 그 밖에 일반시민 의견까지 수렴하기 위해 탄중위는 500명의 국민을 무작위로 뽑아 탄소중립시민회의를 구성하고 지난 11∼12일 토론회까지 열었다.

오연재(19) 기후활동가는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위원 중 한 명이었다. 2002년생인 그는 2018년부터 환경운동을 해왔다. 오 활동가는 이번에 탄중위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의사결정의 주체로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후 국제협력분과에 참여하던 오 활동가는 지난달 27일 돌연 사퇴했다. 왜 그는 탄중위를 박차고 나왔을까. 현재 제주에 머무르고 있는 오 활동가와 지난 3일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오 활동가는 “사퇴를 결정할 때까지 많이 고민했지만 (탄중위에) 남는 것 자체가 힘들고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옳다고 생각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다”며 “모두가 피해자이지만 더 오래 기후위기의 피해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청년층, 생업에 영향을 받는 농수산업 종사자, 냉·난방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저소득층과 야외노동자 등이 가장 직접적인 기후위기의 당사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참여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탄중위 논의 과정에서 소외됐다. 실제 탄중위 위원들의 연령대를 보면 50∼60대에 집중돼 있다. 당연직 정부위원 18명을 빼고 위촉된 민간위원은 총 77명이다. 이 중 50대는 39명, 60대는 19명으로 두 연령대를 합하면 58명(75%)을 차지한다. 오 활동가는 “논의 과정에서 발언권은 보장됐지만 나의 의견이 시나리오에 반영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세대·지역·분야별 다양성이 보완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의견 수렴이 부족한 탄중위 논의를 보완하기 위해 오 활동가는 소속 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 중심으로 기후위기를 인식한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자체적인 기후시민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추첨이 되지 않았어도, 전문성이 부족해도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오 활동가와의 일문일답.

-탄중위 위원으로서 느낀 내부 분위기는 어땠나.

“전체적인 논의 과정에서 ‘특정이해관계가 얽힌, 짜인 판이구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사회시스템 전반을 전환하려면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위원회 이름은 ‘탄소중립’위원회이지만 반복해서 들은 말은 ‘논의 과정에서 고려하겠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나라 여건을 생각해야 한다’였다. 의견을 전달할 절차와 통로는 있어도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는지 전달받지 못했고 체감도 적었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방어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현재 사회시스템을 유지한 채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가장 경각심을 갖고 바뀌어야 하는 분야는 산업계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제작할 때 산업계 위원들의 목소리가 크고 입장이 많이 반영된다고 느껴 답답했다.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5310만t으로 2018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잔여 배출은 상용화 여부가 불확실하고 비싼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에 의지한다는 것 자체가 산업계의 이익을 중심으로 현재 논의가 흘러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은 어떻게 평가하나.

“탄소중립 시나리오라지만 세 안 모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지 보여주지 못한다. 1·2안은 정부가 탄중위에 제시했는데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충분히 검토할 시간조차 없었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하는 데에 반발이 컸다.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3안에도 화석연료 사용을 언제 중단할지 구체적인 시기가 없다. 에너지 수요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제시하지 않고 CCUS와 수소 기술로 순배출만 줄인다는 접근은 매우 잘못됐다.”

-탄중위의 논의방식이나 시나리오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논의는 이후 평범한 시민의 삶을 재난으로 밀어붙이는 결과를 야기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탄소중립을 포기한 시나리오는 다음 세대에게 기후위기 대응의 책임을 떠넘기고, 사회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를 전환해 가는 과정 자체를 방해하는 일이다. 일반시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탄중위가 탄소중립시민회의도 구성했으나 짧은 기간에 추첨을 통해 모인 500명이 모두의 삶을 대변할 리가 없다.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시민 의견수렴이라는 정당성만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향후 활동 계획은.

“적당히 대표성을 채워 줄 사람을 데려다 놓아서는 결코 안 된다. ‘어떤 사람을 논의에 참여시킬까’가 아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기후위기 당사자를 어떻게 논의에 포함시킬까’라는 고민이 필요하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후시민의회를 만들었다. 다음달 초까지 참여자 모집을 마치면 온·오프라인 모임을 병행해 모인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다음달이면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이 나오긴 해도 탄중위 시민회의 외부의 이야기를 (정부가) 듣지 않아도 지워지지 않게, 듣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논의가 왜 잘못됐는지 보여주고 시민이 기후위기 문제를 더 명확히 정의하는 것으로도 시민의회는 유효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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