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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 비율 2.06%…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 문제점은? [뉴스+]

입력 : 2021-10-04 18:53:51 수정 : 2021-10-04 20: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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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운전자 4년새 55% 증가 속
사고도 27% 늘어 필요성 높아져
비고령자보다 치사율·피해 심각
전문가 “속도 제한 조건부 운전
농촌 대중교통 개선 등 나서야”
#1. 지난달 29일 오전 11시20분쯤 부산역 인근. 80대 남성 A씨가 몰던 택시가 갑자기 버스 전용 도로를 통과하더니 안전펜스를 뚫고 인도로 돌진했다. 택시는 연이어 부산역 대합실과 연결되는 승강기를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이 사고로 60대 남성 등 보행자 2명과 승강기에 타고 있던 80대 여성, A씨가 다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 고령운전자 B(86)씨가 운전하던 승용차는 같은 달 7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교차로 인근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면서 9명이 다치는 사고를 냈다. B씨 차량은 중앙선을 넘어 승용차와 충돌했고, 이후 마을버스와 추가로 부딪쳤다. 경찰은 B씨가 사고 당시 가속페달을 제동장치로 착각했을 가능성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영상 갈무리.

잇따르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현재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가 확대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면허를 반납한 경우는 대상자 중 2% 남짓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면허 반납뿐 아니라 농촌 지역 주민의 이동권 보장,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등 고령운전자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고령운전자) 중 면허를 반납한 인원의 비율은 2.06%(7만6002명)로 집계됐다. 경찰청은 최장 40일까지 걸리던 면허 자진반납 절차를 인센티브 수령까지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운전면허 자진반납 비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가 2.85%로 가장 높았고, 부산(2.74%)·광주(2.67%)·대전(2.61%)이 뒤를 이었다. 자진반납이 가장 저조한 지역은 세종(0.38%)으로, 서울(1.95%)과 인천(1.03%)도 평균 이하였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운전에 필요한 인지·판단·조작능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고령운전자 중에서 자진반납제도를 잘 알지 못하거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반납비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진반납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사이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령운전자는 2016년 249만2776명에서 지난해 386만2632명으로 약 55%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도 2만4429건에서 3만1072건으로 약 27% 늘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비고령운전자에 비해 치사율이 높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피해 정도도 심각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5∼2019년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의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2.9명으로 비고령운전자(1.7명)보다 1.8배 높았다. 또 연령대별 운전자 10만명당 사망·중상자는 60대 348명, 70대 386명, 80대 404명으로 운전자 나이가 많을수록 사고로 인한 인적 피해가 컸다.

전문가들은 면허 반납과 함께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농촌 지역의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교통학)는 “(운전자보조시스템 등) 특별한 장치를 부착한 차량이라든가, 낮 시간대나 속도 제한을 두고 조건부로 운전을 허용한다면 농어촌 지역의 이동권 보장이나 안전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령운전자 스스로가 운전할 때보다 운전을 하지 않았을 때의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100원만 내면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충남 서천의 ‘100원 택시’ 제도처럼 접근성이 높고 이용하기 쉬운 교통수단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이종민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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