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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자들이 바이러스 방출”… 백신 불안감에 음모론까지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1-10-22 06:00:00 수정 : 2021-10-21 23: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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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거부자 중심 불안 확산

과학적 근거 없는 ‘쉐딩현상’ 호소
이상반응 후 “부스터샷 안 맞아”

추가접종 저조 땐 방역효과 줄어
전문가 “부작용 가이드라인 미비
명확한 정보 제공 불신론 줄여야”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이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뉴시스

“백신을 어떻게 믿나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자신을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라고 밝힌 글쓴이는 “임상시험 기간이 길지 않은 백신은 믿을 수 없다”며 “백신 접종은 개인의 자유 영역이니 앞으로도 맞을 생각이 없는데 주변에서 이상하게 봐 괴롭다”고 토로했다.

오는 주말 백신 접종 완료율의 인구의 7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드(with) 코로나’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백신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자들이 바이러스 입자를 방출한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1일 포털사이트에 ‘백신 거부’, ‘백신 피해’ 등을 검색하면 백신 거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회원이 1만5000명에 달하는 한 백신 거부 커뮤니티에서는 백신을 믿을 수 없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문제는 단순히 두려움과 거부감을 드러낸 글뿐 아니라 과학적 근거가 없는 글 역시 많다는 것이다. 일부 커뮤니티 회원들은 ‘백신 쉐딩 현상’을 겪었다며 호소하고 있다. 백신 접종자들이 바이러스 입자를 방출해 주변의 미접종자에게 가려움증이나 두통, 생리불순 등의 이상 증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백신 접종자 옆에 가면 콧물, 가래, 기침, 심장과 폐가 찌릿한 증상 등을 느낀다”며 “이런 말을 하면 가족이 불안증 환자 취급한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가 “접종자가 많은 곳에서 블루투스를 켜면 주파수가 잡힌다고 하는데 경험한 적 있냐”는 글을 남기자 “가능하다. 경험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런 음모론이 나오는 것은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과도하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된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 후 다양한 증상을 겪은 사례들을 보면서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백신은 효과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어서 추가접종(부스터샷)이 필요한 만큼, 백신에 대한 불안을 낮추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접종률이 높더라도 향후 백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추가접종률이 떨어지면 백신 방역 효과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서대문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접종 시 이상반응을 느껴 향후 부스터샷은 맞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평소 몸이 약한 편이었는데 백신 접종을 하고 며칠 동안 몸이 아파 크게 고생을 했다”며 “주변에서 다 맞는 분위기여서 등 떠밀리듯 맞았지만, 또 맞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근 부스터샷을 시작한 의료계 종사자 사이에서도 일부는 부스터샷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 중인 김모(27)씨는 “1·2차 접종을 하고 고열을 겪기도 했고, 올해 3번이나 백신을 맞고 싶지는 않아서 이번 부스터샷은 접종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백신 접종자 위주로 인원 제한 등의 조치를 풀고 있는데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 사이에서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제한 조치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고 미접종자들의 접종을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년 독감 백신을 맞듯 코로나19도 추가 백신 접종을 피할 길이 없다. 백신이 치명률과 감염률을 낮추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알레르기나 지병이 있는 등 백신을 맞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되도록 많은 이들이 맞는 것이 중요하다. 미접종자에 대해 지속적인 접종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현재는 접종자가 어떤 증상을 느낄 때 의료진이 어떻게 조치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접종 후 이상증상을 느끼고 병원에 가더라도 의사가 제대로 조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불신만 쌓이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백신 부작용에 대해 폭넓게 받아들여서 연구하고, 다양한 증상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불신론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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