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대출 규제에 풍선효과 뚜렷
‘수급지수’ 하락… 매매심리 냉각
서울 아파트 매물 한달 새 10%↑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여파로 주택 매매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 7월부터 6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된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는 주택 매수세가 꺾인 가운데 풍선효과로 6억원 이하 주택의 매매 비중은 늘어났다. 내년부터 2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서도 DSR 적용이 앞당겨지는 만큼 중저가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시장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25일 조사 기준)는 100.9로 기준선인 100에 근접하며 7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초과하면 매수, 100 미만은 매도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다.
매물 자체가 귀했던 올해 상반기와 달리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물건도 부쩍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4만3000여건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0%가량 증가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중개업소 대표는 ”9월 초에 아파트 거래가 반짝 많아졌다가 계속 줄어드는 기류”라면서 “대출 없이 바로 집을 살 수 있는 극소수 현금부자를 제외하면, 내년 대선 이후 대출 관련 정책노선이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보면서 기다리자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거래절벽에도 6억원 이하 아파트의 수요는 여전하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건수는 모두 93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37.3%(347건)로 월간 기준으로 올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부터 시중은행에서 본격적으로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대출 자체를 중단한 여파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서민 주택담보대출로 분류되는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의 주택만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는 DSR 적용 기준을 2억원 이상으로 강화했지만, 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정책서민금융상품은 DSR 산정 시 총대출액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6억원 이하 아파트 선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의 거래량이 점차 위축되는 숨 고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상환 능력 부담과 여신 규제가 덜한 소형 면적이나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의 매수가 증가하는 형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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