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대출 원리금을 담보하기 위해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일을 자주 보셨을 겁니다. 저당권은 특정 채권만 담보하는 반면, 근저당권은 일정 기간 동안 증감하는 채권을 채권 최고액 한도까지 담보하기 때문에 대출기간 동안 증감하는 원리금 등 일체의 채권을 담보하기에 제격인 것입니다.
채무자나 그에 대한 담보 제공자가 경제적으로 곤궁하여 회생 또는 파산절차에 돌입하는 일이 적지 않고,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생채권이나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채무자 외의 자에 대한 재산상의 청구권으로서 회생절차 개시 당시 채무자의 재산상에 존재하는 유치권·질권·저당권·양도담보권·가등기담보권,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보권·전세권 또는 우선특권으로 담보된 범위의 것은 회생담보권으로 한다”고 규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141조 제1항에 따라 채무자 또는 제3자의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자도 채무자 또는 제3자의 회생절차에 회생담보권자로서 참가할 수 있습니다.
회생채무자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회생채권자, 회생담보권자 등은 회생계획으로 변경된 내용에 따라 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는 회생계획이나 채무자회생법에 의해 인정된 권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관해 그 책임을 면하므로, 회생계획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관계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회생계획 인가 후 채무자에 대한 회생채권자나 회생담보권자의 권리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면 그 판단의 기준은 회생계획의 내용이 되는데, 회생계획은 먼저 문언의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면 문언의 형식과 내용, 회생계획안 작성 경위, 회생절차 이해 관계인들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최근 근저당권으로 담보된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한 회생담보권자의 권리 중 원본, 이자, 지연손해금의 내용이 일부 변경되고 그의 근저당권은 권리 변경된 회생담보권을 담보하는 근저당권으로서 유지된다는 내용의 회생계획이 인가된 사안에서 회생담보권자의 지연손해금이 회생담보권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바 있습니다.
A은행은 채무자의 대출채권자이자 그 소유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자로서 위 대출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해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에 참가했습니다. 인가된 회생계획에서 A은행의 회생담보권은 인정된 원리금 채권의 6%는 출자 전환, 94%는 현금 변제, 회생계획에 따른 채무변제를 기일에 못하면 미변제 금액에 대해 연체 이자율 연 7%를 적용해 변제하되, 회생절차 개시 당시의 근저당권은 회생계획에 따라 권리 변경된 회생담보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근저당권으로서 종전 순위에 따라 존속하는 내용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후 A은행은 채무자에 대한 자신의 채권을 B회사에 양도했고, B회사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채무자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회생계획에 따라 인정된 원리금 채권 전액 및 그때까지 발생한 연 7%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포함하여 채권 최고액 상당액을 전부 배당받았습니다.
그러자 자기 채권의 10%만 배당받은 다른 채권자가 B회사를 상대로 그가 배당받은 지연손해금이 부당 이득에 해당하니 반환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40851 판결).
먼저 원고(위 다른 채권자)는 회생담보권자의 권리에 관한 채무자회생법 제141조 제1항 중 “이자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위약금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날까지 생긴 것에 한한다”는 단서 규정이 회생계획에 따라 변경되는 회생담보권의 범위에 지연손해금을 포함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므로 B회사가 지급받은 배당금 중 지연손해금 상당액은 부당 이득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회생계획은 향후 회생절차 수행의 기본규범이 되는 것으로서 사적 자치가 허용되는 범위에서는 회생담보권의 권리 변경과 변제방법, 존속 범위 등과 같은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채무자회생법 제141조 제1항의 단서 규정은 회생담보권자가 회생절차에 참가할 수 있는 회생담보권의 범위를 정한 것일 뿐, 이를 넘어서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른 회생담보권의 권리 변경과 변제방법, 존속 범위 등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회생계획에서 위 근저당권이 권리 변경된 회생담보권의 담보를 위해 존속하면서 지연손해금도 담보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이상 채무자회생법 제141조 제1항 단서 규정과 상관없이 지연손해금은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피담보채권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이 옳다고 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또한 원고는 지연손해금이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360조 단서에 따라 이행기일 경과 후 1년분에 대해서만 담보되므로, B회사가 1년분을 초과해 배당받은 지연손해금 상당액은 부당 이득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민법 제360조는 “저당권은 원본, 이자, 위약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및 저당권의 실행비용을 담보한다. 그러나 지연배상에 대하여는 원본의 이행기일을 경과한 후 1년분에 한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저당권은 설정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증감하는 채권을 채권 최고액 한도로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특성상 민법 제360조 단서가 적용되지 않아 지연손해금도 채권 최고액 한도에서 전액 담보됩니다. 원고의 주장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회생담보권이면 예외적으로 민법 제360조 단서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회생담보권이라고 해서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회생계획에 따라 권리 변경된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은 그 내용대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고,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회생담보권인 근저당권자(회생담보권자)가 다른 근저당권자에 비해 자신의 권리를 제한받아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과 같이 피담보채권이 근저당권인 회생담보권이라도 회생계획에서 원본 및 지연손해금 채권 상당액이 내용 변경되어 인정되고 근저당권은 변경된 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근저당권으로 존속하는 것으로 정해졌다면, 별다른 제한 없이 채권 최고액 한도에서 지연손해금 전액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으니 착오 없기 바랍니다.
특히 경매 등 집행절차에서 채권액을 잘못 계산하면 회생계획으로 권리를 보장받았음에도 충분한 변제를 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라 변경된 권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한 뒤 집행 등 후속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정현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hyunjee.chung@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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