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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한국계 미국 아이 지영이 무슨 잘못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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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8 12:55:40 수정 : 2021-11-18 14: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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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서미 스트리트’ 새 캐릭터 등장에 보수진영 심기 불편
“공영방송의 노골적 바이든 홍보”… 트럼프 지지층 ‘동조’
미국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대표 캐릭터 어니(왼쪽)와 새 캐릭터 지영. 지영은 한국계 여자 어린이로 설정됐다. 세서미 스트리트에 아시아계 캐릭터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AP연합뉴스

“7살 한국계 미국인 ‘지영’이 무슨 잘못이 있나요?”

 

미국의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에 사상 최초로 아시아계, 그것도 한국계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소식이 예고되자마자 미국의 보수 진영이 ‘딴지’를 걸고 나섰다. 명목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어린이 프로그램까지 자기네 선전 도구로 쓰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내면에는 미 백인 보수층 특유의 우월주의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7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보수 진영 최대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맷 슐랩 의장은 미 공영방송 PBS가 방영하는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특별 프로그램에 한국계 캐릭터가 처음 등장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고선 “PBS는 제정신이 아니다. 우리는 PBS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격하게 성토했다.

 

1969년 방송을 시작한 세서미 스트리트는 미국의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이다. 다가오는 추수감사절(11월 25일)에 방영할 특별 프로그램 계획을 공개하며 ‘아시아계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알렸다. 7살 한국계 여자 어린이로 설정된 해당 캐릭터의 이름은 ‘지영’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국 사회는 인종차별과 인종 간 갈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지난해 백인 경찰관이 흑인 용의자를 땅바닥에 넘어뜨리고 무릎으로 목을 짓눌러 살해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 전역에 걸친 흑인들의 분노 표출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선 아시아계 미국인이 이른바 ‘증오범죄’의 표적이 됐다.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인근에서 20대 백인 남성이 총기를 들고 마사지숍을 돌아다니며 무차별 총격을 가해 한국계 여성 등이 사망한 사건은 한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2월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맷 슐랩 회장(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 슐랩 회장은 PBS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한국계 어린이를 형상화한 캐릭터가 등장한 것을 비판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에 PBS와 세서미 스트리트 제작진은 미국 사회의 인종 정의 구현, 다양성 포용, 그리고 증오범죄 근절을 목표로 ‘지영’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특별 프로그램 소개 영상을 보면 ‘지영’은 한국어로 “하나, 둘, 셋” 하고 외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슐랩 의장 등 보수 진영은 겉으로는 “PBS가 바이든 행정부의 홍보 도구로 전락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 라티노, 아시아계 등 소수인종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의 이점을 안은 도널드 트럼프를 가까스로 누르고 당선됐다. 세서미 스트리트에 한국계 캐릭터를 투입하기로 한 PBS의 결정은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에 적극 부응해 미국 내 소수인종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일종의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게 보수 진영의 논리다.

 

하지만 속내는 백인 보수층 특유의 우월감, 무엇보다 다른 인종에 대한 배타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인 우월주의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연결 고리이기도 하다. PBS, 그리고 세서미 스트리트 제작진을 때리는 보수 진영 리더들의 모습이 트럼프 지지층의 눈엔 ‘바이든 행정부의 횡포에 맞서 미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원래 미국의 주인이었던 백인이 제자리를 되찾는 과정’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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