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은 본래 가치지향의 문서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이 지난 11월24일 발표됐다. 그 내용을 보니, 가치교육이 강화되는 방향이다. 반가웠다. 세계적으로 빈부격차에 따른 양극화, 환경위기가 위협적인 수준에까지 이르자 교육에서 사회 정의를 이루는 능력을 얻게 하려는 노력들이 크게 공감대를 얻어왔다.
생태환경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이 그전에는 사회, 과학 정도에만 들어갔는데 이제는 모든 교과에 반영이 된다. 기업경영에서 친환경, 사회적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ESG)을 중요하게 다룰 정도가 됐으니, 가치를 다루는 교육은 이런 방향인 게 당연하다. 이것은 시대정신이라 할 만하다.
아울러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를 교육목표에 반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소 늦은 변화이지만 오래된 제안이 이제라도 반영된 것이 눈에 띈다. 노동권, 노동인권 교육이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잘 되는데 한국에서는 부실하다는 해묵은 비판을 더는 듣지 않아도 되겠다.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공통 기본소양으로 노동인권과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된 것도 반가운 변화다.
교과에서는 각 과목의 성취기준(standard, 기존의 학습목표)에 주제명을 표시하기로 했다. 주제명을 표시해야 사회쟁점을 수업시간에 다룰 때 느끼는 교사의 불안을 예방할 수 있다. 민주시민교육이나 생태환경교육을 하면 아무래도 현 사회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게 되는데, 이때 교과서 집필진은 심의에서 떨어질까 자꾸 핵심 주제를 회피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사회 정의를 가르치려면 해당 주제를 구체적으로 성취기준에 드러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뛰어난 교사들의 잘되는 수업을 보면, 주제를 놓고 여러 자료를 써서 통합적으로 하는데, 이게 일반화되는 것이다. 학교 교실에서 잘되는 수업을 잘 관찰해서 얻은 현장의 통찰을 적용한 부분이어서 좋다.
관습적으로 쓰이는 ‘지식, 기능, 태도’를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로 표현한 점도 매우 좋았다. 그간의 연구를 반영한 것인데, 공부가 목표로 하는 지점이 더 잘 전달된다. 특히 태도를 ‘가치·태도’라고 한 점이 와 닿았다. 연구자들의 연구가 헛되지 않았다.
2022 교육과정 총론에는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의 여러 제안이 반영됐다. 나는 약간 감동을 한다. 오래전부터 애써서 고민하고 공부하고 실천한 사람들의 노력이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에서 희망을 본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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