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주 중 7개주에서 창궐…지배종 되거나 직전까지 몰린 상황
오미크론 유행 ‘낙타 혹’처럼 진행…“또 다른 혹이 있는 파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계통 변이인 일명 ‘스텔스 오미크론(BA.2)’의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아공은 오미크론의 유행이 지나간 뒤 진정 국면에 들어갔는데, 스텔스 오미크론의 확산세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 오미크론에 걸렸더라도 스텔스 오미크론에 걸릴 수 있으며, 스텔스 오미크론이 기존 오미크론보다 감염력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등장,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스텔렌보스대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 바이오정보과학 교수는 최근 남아공 내에서 스텔스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이 같이 우려했다.
올리베이라 교수는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남아공 정부에 팬데믹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두 번째 ‘우려 변이’로 지정한 남아공발 ‘베타’ 변이 발견 때도 기여한 인물이다.
올리베이라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스텔스 오미크론은 남아공 연방 9개 주 가운데 7개 주에서 창궐하고 있다. 이 중 림포포에서는 지배종으로 자리 잡았고, 인구가 가장 많은 가우텡에서도 지배종이 되기 직전이란 관측이다.
남아공은 인구 6000만 규모로, 작년 12월 15일 하루 확진자가 2만7000명에 달하는 오미크론발 유행의 정점을 겪은 뒤 비교적 진정됐다. 하지만 이날 기준 신규 확진자는 4502명, 사망자 175 명으로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올리베이라 교수는 “오미크론 감염은 낙타처럼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혹이 있는 파도”라는 의미다.
또한 남아공 연구는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 중 하나에 감염돼 경증을 앓고 회복했더라도, 서로 다른 두 개의 변이 감염을 예방하는 데 충분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오미크론 감염 후 완치자가 스텔스 오미크론에 재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스텔스 오미크론은 기존 오미크론보다 감염력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등장하고 있어 재유행 우려가 커진다.
덴마크 보건부 산하 방역 당국인 세럼인스티튜트(SSI)에 따르면 스텔스 오미크론(BA.2)의 감염력은 기존 오미크론(BA.1)의 1.5배다. 덴마크에서는 지난달 셋째 주부터 스텔스 오미크론이 기존 오미크론을 제치고 우세종이 됐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덴마크 SSI는 “스텔스 오미크론 영향으로 감염 확산이 2월 내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선 오미크론에 이은 하위 계통 변이의 추가 확산으로 오미크론 유행 장기화가 현실화한 셈이다.
다만 덴마크와 영국 사례를 보면 스텔스 오미크론이 더 중증을 야기한다는 징후는 없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스텔스 오미크론(BA.2)은 작년 12월 호주의 남아공발 입국자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기존 오미크론 검출 기법인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통한 ‘에스 유전자 표적 실패(SGTF)’를 교묘히 피한다는 점에서 스텔스 오미크론이란 별칭이 붙었다.
이후 며칠 사이에 남아공과 캐나다에서도 발견되며 총 7건의 사례가 추려졌는데, 오미크론으로 정의되는 돌연변이 전체를 갖추진 않으면서 고유의 돌연변이도 갖춰 유행 시 새 변이로 명명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 “스텔스 오미크론이 유전적으로 기존 오미크론과 많이 다르고 빠르게 확산할 경우 새 ‘우려 변이’로 지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이제는 스텔스 오미크론이 한국은 물론 덴마크와 스웨덴, 인도, 미국, 싱가포르 등 약 50개국 안팎에서 발견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도 4종의 오미크론 하위 계통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스텔스 오미크론을 제외한 BA.3 등 다른 하위 계통 변이주는 세계적으로 검출된 수가 적고, 상세한 특징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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